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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규정 너머의 강렬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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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전염병으로 달라진 일상을 꼬박 사계절 동안 지나오며 문학도 앞으로 달라질지 생각해보는 시절이다. 철저한 방역을 준수하느라 등교도 못한 어린이야말로 가장 많이 달라진 일상을 경험했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 아동문학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고민한다. 이 순간을 재현하고 위무하는 작품만큼이나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좀 더 너른 지평에서 바라보게 하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응모작에서는 자신만의 언어로 새로운 동시를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많이 보여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러한 태도라면 어린이와 만나고 나눌 이야기가 많아질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최근 동시가 획일화되는 경향에 대한 우려도 잠재울 만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최종 논의한 작품은 '인디언', '초록을 되찾는 비법', '검은 고양이', '일기' 4편이었다. 먼저 '인디언'은 인디언 놀이를 통해 어린이의 현실 세계가 색다른 시공간으로 성큼 변화하는 가운데 어린이가 환상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한 권의 그림책처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외 작품에서는 이만한 즐거움을 찾거나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초록을 되찾는 비법'을 포함한 응모작은 큰 흠을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작품이 안정됐지만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 힘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상상이 공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주시길, 모든 응모자께 아울러 부탁드린다.
'검은 고양이'와 '일기'는 어느 편을 내놓아도 신춘문예 당선작에 맞갖을 만한데다가 둘의 스타일이 너무나 달라 마지막에 이 두 작품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거듭했다. 제도와 규정 너머의 강렬한 목소리가 자신감 넘치는 '검은 고양이'와, 지적이고 세련된 감성으로 자기 성찰을 아름답게 그린 '일기' 모두, 우리 동시를 전복하고 확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검은 고양이'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묵직한 끌림으로 소통하는 지점이 좀 더 넓다 판단하고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께 큰 축하를 건네며, 복종에 길들여지지 않은 길고양이 같은 동시를 계속 만나길 기대한다. '일기'의 응모자 또한 ‘생생한 기억’ ‘잊혀진 친구’ ‘어지러운 기억’의 구체성을 어린이에게 말할 수 있을 때 어디서든 곧 만날 수 있으리라 바라본다.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김개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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