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감염력 70% 세다는데… 영국발 변종 코로나, 얼마나 위험할까

입력
2020.12.21 11:31
구독

9일부터 1주일 런던 확진 62%가 변종 탓
돌기 변이로 인체 수용체와 더 쉽게 결합
“치명률 영향 적고 백신 무력화도 아니다”

20일 영국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역이 프랑스 파리행 마지막 기차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영국이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도 런던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대한 긴급 봉쇄를 단행한 가운데 프랑스 등 다른 유럽 나라들도 변종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발 여행 제한 조치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AP 연합뉴스

20일 영국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역이 프랑스 파리행 마지막 기차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영국이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도 런던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대한 긴급 봉쇄를 단행한 가운데 프랑스 등 다른 유럽 나라들도 변종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발 여행 제한 조치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AP 연합뉴스

런던을 포함한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가 진원지로 꼽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나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더 빨리 전파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우선 차단부터 서두르는 이유다. 그러나 속도와 위험성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이번 변종은 어떨까.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변종의 전파 속도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70%나 빠르다. 환자 1명이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 지수’를 이 변종이 0.4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게 잉글랜드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휘티 교수 설명이다. 해당 지수가 2이면 1명이 2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인데, 18일 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1 아래로 내려갔던 영국의 감염 재생산 지수가 최근 1.1~1.2까지 다시 높아졌다.

근 석 달 전인 9월 말 런던 또는 인근 켄트에서 처음 나타난 이 변종의 존재감은 갈수록 두드러졌다. 지난달 중순 28% 수준이던 런던 내 확진 사례 점유율이 이달 9일부터 1주일 기간에는 62%까지 커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에 보고된 변종이 영국 남부 인구 밀집 지역에서 몇 달간 돌던 다른 경쟁 변종을 밀어냈고, 다른 변종보다 많은 10여차례의 독특한 변이를 일으켰다는 게 전문가들 짐작이다.

변이가 일어난 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게 현재까지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다. 쇠뿔 모양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번 변종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수용체와 더 용이하게 결합할 수 있도록 변화한 경우다.

하지만 이 변종이 더 치명적이거나 백신은 무력하게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서방국 보건 전문가들은 본다. 일단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명률을 끌어올릴 정도의 독성을 변종이 보유했다는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는 않은 상태다. 아울러 변종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범위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지금으로서는 기우일 듯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최고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는 CNN에 “지금까지는 백신에 내성을 지닌 변종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영국 정부 최고 과학 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현재로서는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이 변종에도 적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4단계를 신설해 잉글랜드 남동부에 발령하고 긴급 봉쇄에 돌입한 상태다.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속속 영국발(發) 항공편 중단과 입국 제한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 정부의 조치로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교통로도 21일부터 48시간 동안 전면 차단됐다.

권경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