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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조롱했는데..." 유니클로가 받은 인증 적절성 두고 논란

입력
2020.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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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기업 인증한 여가부 겨냥 폐지 청원도 등장
"원칙대로 안 하면 그게 더 이상" 반론도

6일 오전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 폐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명동중앙점을 내년 1월 폐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 폐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명동중앙점을 내년 1월 폐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지난해 반일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일본 패스트패션 기업 유니클로가 이달 들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의 각종 인증을 잇따라 받았다. 이에 네티즌은 "애써 불매운동을 하던 민간을 허탈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분노했고,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까지 나왔다.

20일 유니클로와 정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17일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부여했다. 2008년부터 도입된 이 인증은 근로자의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선정했다. 주로 출산, 육아휴가를 장력하고 탄력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기업이 인증을 받는다.

또 복지부는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됐다는 이유로 유니클로에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 인증을 부여했다. 2일에는 서울시가 유니클로에 '서울사회공헌대상' 서울시장상을 수여했다.



"위안부 피해자 조롱한 기업에 인증이라니"


유니클로가 지난해 공개한 '후리스 25주년' 글로벌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 캡처

유니클로가 지난해 공개한 '후리스 25주년' 글로벌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 캡처


정부의 인증을 받게 되면 사업자 선정, 규제 면제 등의 혜택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본 대표 소비재 기업인 유니클로에 인증을 부여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시로 네티즌의 표적이 되는 여성가족부의 경우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폐지 청원이 올라와 2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한 네티즌은 "위안부가 80년 전 일인데 누가 기억하냐고 광고하는 기업을 가족친화라고 인증한 매국 공무원을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는 2019년 10월 공개된 '러브 & 플리스' TV광고를 염두에 둔 주장이다.

당시 광고에는 백발의 98세 외국인 여성과 13세 소녀가 패션 컬렉터와 디자이너 역할로 등장하는데, 소녀가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질문하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영어로 답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해당 대사에 자막을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해서 내보냈다. 이 광고 이후 유니클로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 80년 전이 1939년으로 일제의 강제총동원령이 내려진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유니클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조롱을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유니클로 측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결국 이 광고는 방영이 중단됐다.



"인증 막으면 불매운동 명분 떨어져" 목소리도


유니클로를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한 여성가족부에 대한 폐지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유니클로를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한 여성가족부에 대한 폐지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인증에 참여한 정부 부처 가운데 여가부는 가족친화기업인증제가 기업이 신청하고, 인증 기준을 넘으며 법령 위반 사실이 없으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 인증 작업은 '한국경영인증원'이 수행하며 객관적인 인증 기준이 공개돼 있다.

에프알엘코리아가 최근의 논란과 관계없이 인증을 받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을 깊이 헤아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 등과 관련해서는 선정 기준 보완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이 공개된 후에도 온라인에서는 여가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일부에선 "(인증 수여) 조건이 맞는데 인증을 해주지 않는 것은 불매운동이 자발적 민간 운동이라는 명분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옹호한 반면, 반대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증을 해 주지 않을 방법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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