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야권 연대의 시동을 건 점에서 파장이 있을 출마 선언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절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는다”던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한 불신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의 출마는 자유 의사이고 유권자의 표로서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정당 활동으로 자신의 능력과 지향을 검증받기보다 선거철에만 반짝 등장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어온 인물이다. 정계 복귀한 올해도 4월 총선을 불과 석 달 앞두고 독일에서 귀국, 창당해 지역구 후보도 없이 총선을 치렀다. 보궐선거가 확정된 후엔 줄곧 출마를 부정하며 2022년 대선으로 직행할 뜻을 비쳤었다. 이제 와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방향을 튼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날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심판의 비수”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정권을 비판했는데 정권교체론으로 출마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서울시장으로 복무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안 대표가 유권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가 성사되기까지 예상되는 난관은 안 대표 개인과 보수 야당 모두에 주어진 과제라 하겠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참여에 대해 “공정한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으나 국민의힘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선 룰, 시기를 놓고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에 등 돌린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야권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안 대표를 비롯한 후보들은 경선에 정당하게 참여하고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시민의 삶을 챙길 수 있는 지자체장 후보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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