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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 OK, 몸통은 글쎄'...안철수 출마 野 딜레마

입력
2020.12.20 20:30
5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는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은 복잡하다. '중도 브랜드'와 '인지도'를 갖춘 안 대표는 흥행 카드이지만, 국민의힘이 바라는 건 딱 거기까지다. 보수 야권 후보를 안 대표에 내주는 것도, 안 대표와 후보 단일화가 불발돼 보수 표심이 분열하는 것도, 국민의힘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반응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 인사들에겐 안 대표 출마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그만큼 속내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그 중심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2010년 전후에 잠시 정치적 멘토ㆍ멘티 관계 였지만, 이내 멀어졌다. '서로 인간적 신의를 완전히 잃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안 대표가 얼마 전 차기 대선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연대'를 주장하자 김 위원장이 "야권 연대를 할 게 뭐 있나"라고 곧바로 일축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일부에서 오르내릴 때도,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모셔 오는'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펼친 국민의힘 경선 판에 안 대표가 '뛰어드는' 상황을 바랐다. 안 대표는 20일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진심이 아닐 거라고 김 위원장 측은 보고 있다.

안 대표라는 '꼬리'가 국민의힘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것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안 대표의 정치 이력상, 그가 국민의힘에 녹아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도 못 내는 제1 야당'이 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 기대하는 건 일단 '불쏘시개' 역할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안 대표의 등장으로 선거 판이 살아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아무래도 흥행은 될 거고, 열기가 고조되는 효과는 있다"고 했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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