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장소마저 바꿔 놨다. 외출을 줄이는 대신 집 근처에서 소비 활동을 하는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세권(勢圈))’이 코로나시대 새 상권으로 떠올랐다.
28일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비씨카드 전체 이용자의 10%에 불과했던 '동네소비형' 고객은 올 들어 13%로 증가했다. 이들의 행동반경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동네 근방으로, 거주하는 시ㆍ군ㆍ구 내에서 총 소비액의 61%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소비처는 슈퍼마켓이나 의료기관(병ㆍ의원, 약국) 등이다.
슬세권 확장으로 유통업종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인기 상권과는 거리가 멀던 집 근처 편의점(+8%)과 식료품점(+11%), 슈퍼마켓(+12%)은 이용률이 모두 증가하며 활기를 찾았다. 반면 소비자가 몰리던 대형마트(-22%)나 백화점(-33%), 면세점(-89%)은 동네에서 다소 떨어진 지리적 약점 탓에 소비자의 발길이 눈에 띠게 줄었다.
원거리 소비의 감소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8년 집에서 5㎞ 이상 떨어진 곳에서 소비하던 원거리 고객(39.6%)은 올해 36.7%로 약 3%포인트 줄었다. 반면 행동반경이 동네 500m 이내인 고객은 2018년(21.2%) 대비 약 3% 증가한 24.1%로 집계됐다.
동네소비형 고객이 주로 지출을 하는 시간은 아침 드라마가 끝나는 오전 9시부터 저녁 뉴스가 시작하는 7시 전후로 나타났다.
"집밖은 위험해" 선물·세탁서비스도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와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동네 상점과 이커머스 업계는 ‘슬세권’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월 GS25는 카카오톡으로 세탁물을 접수한 뒤 가까운 GS25에 맡기면 비대면으로 새벽배송이 가능한 세탁서비스를 론칭했다. 최근 한 달간 세탁서비스 이용 건수는 7월 대비 142%나 올랐다.
집 근처 가맹점에서 직접 선물을 찾을 수 있는 ‘선물하기’ 이용도 활발하다. 11번가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 e쿠폰 등 ‘선물하기’ 서비스 거래액은 지난 9월 대비 1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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