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소비시장에도 사상 초유의 소비 한파를 불러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소비심리 위축 속에 소비자들은 다투어 지갑을 닫았지만 그래도 소비의 저변에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감지됐다. 카드 소비 빅데이터로 확인된 올해 코로나 사태 속 소비 변화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2020년 대한민국 소비 패턴은 코로나19 확산의 변곡점을 따라 세 차례 큰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일보가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의뢰해 '2019-2020년 소비패턴과 코로나 시대의 소비변화'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쇼크’로 인한 소비 흐름의 변화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1월 20일) 이후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
고꾸라진 소비심리
2월 중순 신천지발(發)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같은 달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는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마저 연기되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3월 22일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호소하면서 ‘전국민 집콕 시즌1’이 본격화했다.
소비심리는 이때부터 꽁꽁 얼어 붙었다. 당시 외신은 “택배 강국인 한국은 초기 방역에 성공해 오프라인 사재기 현상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1월까지 높았던 소비심리 지수(104)는 4월 71로 뚝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68)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제조업체가 물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사재기는 아니지만 외출이 자유롭지 못할 때에 대비한 넉넉한 장보기는 한 해 내내 지속됐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은 비씨카드를 사용하는 전국 약 3,800만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국내 인구(5,178만579명)의 73.4%에 해당한다. 지출 통계는 전국 가맹점 310만 곳에서 사용한 소비를 기준으로 했다.
집밥·넉넉한 장보기 ‘전국민 집콕 시즌1’
코로나19의 변곡점마다 소비 흐름은 달라졌다. ‘전국민 집콕 시즌1’으로 분류되는 4~6월에는 ‘집밥’ 수요가 ‘배달음식’을 넘어섰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 시기 2030세대 검색어에는 집밥이 배달음식을 크게 추월했다. 일시적으로 ‘미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개학이 밀리고 업무도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느라 장보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5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사태로 숨은 확진자가 늘면서 배달음식보다 안전한 집밥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민 집콕 시즌2’: 언택트 생존소비↑
대면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서서히 온라인에서 지갑을 열었다. 올해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언택트 소비는 전체 소비 중 약 20%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전 이미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하며 ‘비대면 소비 트렌드 학습효과’를 한 덕분에, 온라인산업에선 코로나쇼크로 인한 타격이 그나마 버퍼(buffer)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7~9월 ‘생존소비’가 지속되며 소비심리는 차츰 회복됐다. 지난해 4분기 213조원이던 소비 규모는 올해 1분기 코로나 쇼크로 뚝 떨어졌다가(194조원) 2분기 206조원, 3분기 214조원으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런 소비흐름은 10월 반등한 소비지수(92)로도 확인된다.
집 꾸미고 홧김소비 ‘위드코로나 시즌’
마지막 ‘위드코로나 시즌’에는 ‘집콕 생활’에 지친 소비자의 홧김소비가 두드러졌다. 하반기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것이라 기대하며 외부활동을 자제하던 소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억눌렀던 소비심리를 터뜨렸다.
집 밖에 머물 땐 구매를 망설이던 스타일러 등 가전에 통 큰 소비를 하는 집콕족이 늘었고, 11월 말부터는 다시 확진자가 500명대를 넘어서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아예 재택근무 위한 가구를 사들이며 ‘홈오피스’를 꾸몄다.
임세현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코로나19 초반 움츠렀던 소비심리가 연말로 갈수록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집콕시즌1, 2와 위드코로나 시즌에 맞게 소비트렌드가 변하는 모습이 빅데이터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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