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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초딩'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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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꿈꿔본다, 어린이’는 아이만큼이나 어른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어린이 책을 소개합니다. 미디어리터러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유신 서울 석관초등학교 교사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어린이책 읽는법'의 저자인 독서교육 전문가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열렬한 독자가 되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따뜻한 독서교실 이야기도 무척 궁금했고, 초등학교 교사로서 독서교육 전문가가 바라보는 어린이는 어떤 모습일지도 기대가 되었다.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김소영 선생님의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어린이의 이야기들이 선생님의 블로그와 신문 연재를 통해 전해졌다.
김소영 작가 글에 담긴 어린이들의 모습은 항상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인 나로서는 알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어린이를 그리고, 분석하는 모습은 분명 특별하고 귀했다. 어린이를 한 사람 몫의 온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작가 자신에 대한 겸허한 성찰, 동료시민으로서 2020년의 어린이에 대한 가혹한 소식들, 수많은 사건과 범죄를 둘러싼 잘못된 판단들에 분노하는 단호함까지 글로 담겨 매달 전해졌다. 김소영 작가의 글은 마음 가득 담긴 감상들과 함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공유되고 또 공유되었다. “이번 달 김소영 선생님 글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게 유행어 같다고 지인과 웃으며 이야기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위로받고, 울고, 웃었다고 고백했다. 책 이야기와 함께 더 많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각자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김소영 작가가 쓴 연재글의 모음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은 양육자도, 어린이 심리 전문가도 아니지만,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라면 더 많은 사람이 어린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글에 담긴 다정한 독서교실 선생님과 만난 어린이들의 모습은 귀엽고, 의젓하고, 웃기고, 용감하기도 하다.
어린이는 어려운 신발끈 묶기를 도와주기를 원할까? 현성이는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묶을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라고 말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약한 존재로 남기를 원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린이는 유자청이 든 유리병 뚜껑을 열어주면서 우쭐해하기도 하고, 공이 무섭지 않다거나, 하나도 춥지 않다고 우기면서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놀랍게도 많은 어린이들은 품위있게 행동하고 격식을 갖추어 존중받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어린이가 꼭 착한 건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글자 배우기와 놀이, 선생님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만남과 관찰을 통해 어린이의 모습들은 지워지거나 희화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된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가 특별히 의미를 갖는 지점은 이 어린이와 선생님의 이야기가 ‘귀여운 어린이와 어린이를 사랑하는 나‘ 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되고 공유된다는 점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야기를 통해 어린시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며 더 나아가 어린이에게 어느덧 타자로서의 어린이가 아닌 동료 시민으로서의 존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독자들이 어떻게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할지, 한 때 어린이였던 나를 어떻게 이해할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어린이와 그들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첫 걸음이 된다.
작가는 어린이들과의 이야기의 모든 말미에서 어린이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우리가 좀 더 어린이를 기다려주고, 호의를 베풀며,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를 요청한다. 이는 김소영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의견을 내온 많은 시민들, 특히 여성 시민들의 어린이에 대한 목소리 모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들은 어린이에게 유독 가혹했던 2020년 내내 노키즈존에 항의하며 불매를 선언하고, 코로나 시대 어린이의 학습과 놀이에 대해 근심하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다크웹의 손정우의 솜방망이 형량에 항의하고, N번방을 공론화 시키고, 고발했던 디지털 시민들의 집단 지성과 함께 파도치며 공유되었음을 기억한다. 인터넷 초창기 학교에서 분리되어 모습을 드러낸 어린이들을 네티즌들은 ’초딩‘이라고 부르며 희화화 했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 시민들에 의해 이러한 어린이들의 모습은 동료시민으로서 존중받고 권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어린이의 세계'와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으로부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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