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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격 퇴진'으로 윤석열 몰아치기..."그러나 전쟁은 계속된다"

입력
2020.12.16 22:42
수정
2020.12.17 09: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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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뉴스1


속전속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을 의결한 지 14시간 20분만에 징계안을 재가했다. 단 하루도 기다리지 않은 것으로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불신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검찰 개혁을 갈무리하고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징계안 재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을 함께 공개했다. 추 장관의 전격적 사의는 '이제는 윤 총장도 순순히 물러나라'는 경고다. 징계에 불복해 소송전을 예고한 윤 총장을 당청이 다시 한 번 몰아붙인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추 장관 사의와 상관 없이 소송은 계속한다"고 버텼다. 법정에서 벌어질 소송전과 내년 초 검찰 인사 등을 거치며 청와대와 검찰은 더욱 거칠게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께 송구하다"는 文... '윤석열 강한 불신임'

문 대통령은 16일 추 장관에게 윤 총장 징계 의결 내용을 제청받고 즉각 재가했다. 징계위 의결은 오전 4시 10분, 문 대통령의 재가는 오후 6시 30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정부 인사에 대해 '죄송하다'고 한 건 사실상의 해임 선고"라고 했다. 임기제인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자를 수 없는 만큼, '징계 기간이 끝나는대로 물러나라'고 압박한 것이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검찰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검찰 견제와 쇄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秋에 특별히 감사"... '명예퇴장' 형식

추 장관의 퇴진은 여권에서 기정사실이었지만, 예상 시점은 윤 총장 거취 정리 이후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개혁 입법이 완수됐고, (추 장관 스스로)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자진 사퇴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명예로운 퇴진' 형식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이 1시간 10분 동안 면담했다'고 청와대가 공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청와대는 추 장관 사의 표명을 선제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사표 반려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한 것엔 추 장관이 사태를 지나치게 시끄럽게 키운 데 대한 우회적 질책이 담겨 있단 해석도 나왔다.

추 장관 역시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서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며 거취 정리를 공식화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린 15일 차량으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린 15일 차량으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文 "혼란 일단락" 바랐지만… "글쎄"

'추미애ㆍ윤석열 갈등'은 국정 동력과 대통령·여당 지지율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에 청와대는 추 장관의 퇴진이라는 강수로 윤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과 검찰 저항력을 꺾어 싸움판을 조기에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추·윤 싸움을 지켜보는 민심은 추 장관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판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뭇매를 맞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로 내각 분위기 쇄신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전쟁의 끝은 아직 멀었다. 윤 총장은 징계처분 취소소송 등을 예고했다. 윤 총장의 이완규 변호사는 추 장관 사의 표명 직후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끝까지 다투겠다는 뜻이자, 총장 임기 2년을 다 채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추 장관의 퇴진으로 검사들의 기세가 꺾일지도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사법연수원 35기 부부장검사들은 이날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징계 절차 전반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존재했다"고 비판했고, 이는 검찰 집단 반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문무일 등 전직 검찰총장 9명도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다"며 징계 중단을 요구했다.

신은별 기자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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