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쓰레기 뒤지던 닥스훈트에 주어진 열흘

입력
2021.01.07 10:00


편집자주

유실∙유기동물에 주어진 보호기간은 10일. 이 기간에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동물의 생사여탈권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구조부터 보호기간 종료까지 동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또 보호기간이 끝난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 유기동물들의 생존기를 추적했다.


지난 7일 경기 양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보호센터에 들어온 지 3일째 된 닥스훈트 한 마리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D-10: 한천로에 나타난 검은 개

2020년 12월 5일 새벽 1시 58분. 경기 양주시 상수리에 위치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성북구 한천로를 산책하던 한 시민이 검은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신고였다. 임성규 동구협 사무국장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신고자가 쓰레기를 뒤지던 검은 개를 보호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열 살로 추정되는 닥스훈트 한 마리가 지난 5일 새벽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구조됐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새벽 3시. 동구협 보호센터로 옮겨진 검은 개는 닥스훈트 종. 사람을 잘 따르는 순한 성격이다. 개는 먼저 1차 격리장으로 이동했다. 구조 첫날을 보내는 '신입방'이다. 협회 관계자와 수의사는 이곳으로 온 신입 유기견을 샅샅이 몸수색한다. 내장된 칩이 있는지, 이름표가 있는지, 그리고 품종과 성별 등 기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때 칩이 발견되면 통상 보호자에 연락이 간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100마리 중 5마리가 될까 말까다. 이날 동구협에서 첫날을 보낸 닥스훈트 역시 칩이나 이름표는 없었다. 수컷, 추정 나이는 열살. 중성화수술은 하지 않았고 체중은 8.9㎏이었다. 치석과 피부질환이 심한 상태였다. 수의사는 '성격 친화적, 분홍색 목줄 착용, 검은 코, 고령, 입 주변 흰털, 살 찜, 피부질환, 사람 좋아하고 온순함, 단미(꼬리가 짧게 잘려진 상태) 됨, 털 상태 양호'라고 기록했다.

동구협 관리번호 201205-1328, 농림축산검역본부 유기동물관리시스템(APMS) 성북-2020-00190. 한때는 반려견으로 이름이 있었을 닥스훈트에 부여된 번호다. 이후 닥스훈트에게 주어진 기간은 열흘. 이후에도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는 자치구 소유로 넘어가 최악의 경우 안락사의 운명에 처해진다. 전염병 등 외관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던 닥스훈트는 신입방을 떠나 일반 보호시설로 옮겨갔다.


사람 손을 많이 타서인지 의젓해 보였던 닥스훈트. 고은경 기자



D-8: 작은 철창과 하루 두 번의 밥, 그리고 8일

12월 7일. 보호센터에 들어온 지 사흘 된 닥스훈트를 만났다. 다가가니 철창 앞으로 나와 호기심을 보였다. 몸을 벌벌 떨 거나 철창 앞에 있다가도 막상 문을 열면 뒤쪽으로 피하는 개가 허다하다. 혀를 내놓고 숨을 헐떡이며 불안해하는 개도 있다. 하지만 닥스훈트는 사람 손을 많이 타서인지 의젓했다. 어리둥절해 보이지만 짖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닥스훈트에게 주어진 건 작은 철창과 하루 두 번의 밥, 그리고 8일이라는 시간이었다.

4일 만에 다시 만난 닥스훈트는 꺼내달라는 듯 큰 소리로 컹컹 짖었다. 고은경 기자



D-4: "나 좀 꺼내 달라"는 듯 꼬리 흔들며 짖다

12월 11일. 닥스훈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동구협의 소형견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철창이 좌우로 4칸씩 2층으로 놓여 있었다. 개들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꼬리를 흔들고 짖으며 반겼다. “나 좀 꺼내 달라”는 울부짖음으로 들렸다. 닥스훈트는 4일 전 만났을 때 어리둥절한 모습과는 달리 짖고 또 짖었다. 단미된 꼬리도 열심히 흔들었다. 다행히 밥을 잘 먹었고 활기가 있어 보였다. 보호자가 공고를 보고 연락해 오길, 아니면 닥스훈트 종을 좋아하는 입양자가 나타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가 18일 경기 양주 한국구조동물관리협회에서 닥스훈트를 구조한 후 안아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D데이: 보호기간 끝난 닥스훈트, 극적인 구조

12월 18일. 닥스훈트의 보호기간이 끝난 지 사흘이 지났다. 닥스훈트를 찾는 보호자도 입양 신청도 없었다. 이제 닥스훈트의 운명은 지자체에 맡겨지게 됐다. 그 사이 협회는 자연사 등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28일까지 보호하게 되지만, 그 이후는 안락사할 가능성이 높다. 고령으로 입양자가 나타나기 힘들어서다.

닥쳐올 운명을 가늠할 수 없었던 때, 다행히 닥스훈트에게 햇살이 비쳤다. 사정을 전해 들은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가 도움에 나선 것이다.

구조된 닥스훈트가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고은경 기자

동구협을 나서는 닥스훈트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케이지와 목줄을 준비한 팅커벨프로젝트 관계자 앞에서 닥스훈트의 몸에 동물등록을 위한 칩이 삽입됐다. 닥스훈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협력동물병원. 파보바이러스, 홍역, 코로나19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다.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잠복기를 고려해 닥스훈트는 5일 정도 병원에 더 머물게 됐다. 닥스훈트는 중성화 수술까지 마치고 지금은 '흑미'라는 이름을 얻고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며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품에 안긴 닥스훈트. 고은경 기자


동구협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2019년 기준 6,000여마리. 하루에 16마리꼴이다. 닥스훈트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지만, 모두가 이렇게 보호소를 살아나오는 건 아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9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기동물 13만5,791마리 가운데 3만3,660마리(24.8%)가 자연사로, 2만9,620마리(21.8%)는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절반가량이 살아서 보호소를 나오지 못한 셈이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 또 보호자들이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찾기 위해서라도 동물 등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호소에 믹스견이나 강아지들이 많이 들어오는 데 결국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됩니다. 보호소 유기동물 한 마리를 구하는 게 별일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개에게는 온 세상을 바꿔주는 일입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유기동물 구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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