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성서의 지혜문헌 전도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0년을 마감하는 이 시기를 같은 허탈감으로 한숨지을 이들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사람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연의 작은 변칙 하나에 인류는 살 떨리는 공포를 겪어야 했다. 생각해보니 인간은 대자연과 우주 앞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온 듯하다. 간신히 달나라 다녀왔을 뿐인데, 우주의 점 하나도 못한 공간을 가까스로 기웃거리고는 으쓱거렸던 우리가 참으로 측은하다. 지구가 몸서리 한 번만 쳐도, 바닥이 5분만 꿈틀대도 우리는 인간의 공명심이 창조주 앞에 얼마나 딱한 것인지 잘 알게 된다. 초강대국 미국은 요사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9·11사건 날과 같은 수의 사망자를 매일 내놓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어떤 대테러 정책을 세울지 궁금해진다. 바이러스 때문에 집단 살처분 당하던 돼지떼가 가끔 생각난다. TV에서 딴 세계 보듯 보면서 혀를 찼는데, 요사이 사람 꼴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전도서는 처음부터 그런 탄식을 내뱉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보니”, 우리 인간에게는 “그 모두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1:14). 인생의 덧없음에 한숨짓는 정도를 지나, 전도서는 인간사 온갖 비위에 몸서리를 친다. “재판하는 곳에 악이 있고, 공의가 있어야 할 곳에 악이" 있었기 때문이다(3:16).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억압을 보았다. 억눌리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려도, 그들을 위로하는 사람이 없다. 억누르는 사람들은 폭력을 휘두르는데, 억눌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사람이 없다.”(4:1).
결국 전도서는 발칙한 극단에 이른다. “살아 숨 쉬는 사람보다는, 이미 숨이 넘어가 죽은 사람이 더 복되다.”(4:3). 그냥 살기도 버거운 인생에 코로나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는, 연말의 결산이 스스로 죽음의 선을 넘도록 떠미는 듯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생명과 부활을 말하는 성서에 이런 글을 남긴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도서의 저자는 ‘코헬렛’이라는 직임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뜻은 선생이나 교사로 알려져 있다. 요새 신조어를 빌려 말하자면, 이 코헬렛은 소위 ‘부캐’가 있는데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던 솔로몬 왕이라고 한다. 독특한 가르침으로 탁월함은 인정받았지만 자신을 뒤이을 학파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독한 선생이다.
그러나 신앙 고백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이 그의 글을 성서에 담은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보다 낫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반전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희망이 있다. 비록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 죽은 사자보다 낫다.”(9:4). 개 같은 인생이어도 죽음 앞에 이른 천하의 사자가 진정 부러워할 것은 바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래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인간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죽으면 개보다도 못하다. 관심은 자기 집 예쁜 애완견이지,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9:5).
어차피 언젠가는 피할 수 없이 죽음을 맞게 된다. 그래서 코헬렛은 그저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너는 가서 즐거이 음식을 먹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주를 마셔라.” 그때 이스라엘 사람들에겐, 스테이크에 와인이 아니라 김치전에 막걸리쯤 되는 소소한 식사다. “너는 언제나 옷을 깨끗하게 입고, 머리에는 기름을 발라라.” 힘들다고 궁상떨지도 말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헬렛의 조언은 일상에 대한 외경을 가르친다. “너의 헛된 모든 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그것은 네가 사는 동안에, 세상에서 애쓴 수고로 받는 몫이다.”(9:7-9). 인생의 정의는 신의 선물이다. 어느 인간도 자기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저 삶을 부여받았을 뿐. 그리고 인생의 즐거움은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존중하면 그 가운데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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