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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고용 탈락 구제 권고에 노조연합 출범...'사면초가' 인천공항

입력
2020.12.16 13:19
수정
2020.12.17 10: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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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제주항공 승객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들고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제주항공 승객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들고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직접 고용 과정에서 ‘공정’ 논란으로 올해 홍역을 치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년에도 험난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로 사장까지 옷을 벗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이들을 구제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든 탓이다. 여기에 본사와 자회사로 나뉘어져 있던 정규직 노동조합들이 연합, 정규직 전화 과정을 '졸속'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인천공항공사의 고민이 깊다.

인천공항공사는 16일 “권익위 권고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 취지와 공정 채용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공항소방대(정원 211명)를 직고용하는 과정에서 45명이 탈락, 실직했다. 이 중 관리자 8명이 권익위에 "부당하다"며 고충민원을 냈고, 지난 14일 권익위는 △관리직 정원 축소(19명→12명)로 탈락자가 발생한 점 △경력 가점 미부여 등 기존 근무자 보호방안 미흡 등을 들어 시정권고를 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소방대 관리직 탈락자에 대해 신규 인력 채용시 가점을 부여하거나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의 구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천공항 안팎에선 권익위 시정 권고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항소방대보다 10배 가까이 규모가 큰 보안검색요원(정원 1,902명) 직고용 작업이 예정돼 있고, 이 과정에서도 탈락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구제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석인 사장이 새로 오면 정부, 노동단체와의 긴밀히 협의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더라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을 다니는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는 공항 밖 일반인들에겐 ‘최고의 선물’로 인식되지만, 이들에겐 ‘직고용=최고의 선’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 탓이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자회사 직원으로 남겠다는 곳도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실직한 한 인천공항소방대원이 지난 9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실직한 한 인천공항소방대원이 지난 9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노동조합연합(인국공연합) 측은 권익위 권고 이후 “인천공항공사의 공항소방대 정규직 전환 과정은 일방적이자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인공국연합은 인천공항공사노조와 시설관리노조, 시설통합노조, 민주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보안검색운영노조 등 6개 노조가 참여하는 연합체이다. 지난 15일 출범했다.

인국공연합은 "앞으로 정규직 전환, 자회사 처우 개선 등 현안사항에 대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공사의 일방적 졸속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탈락한 해고자와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안에서도 다양하게 갈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별도 노조를 꾸리고 있던 이들이 한 데 뭉친 만큼, 향후 정규직 전환 문제에 있어 인천공항공사가 바라는 대로 순순히 움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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