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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지배인부터 비대면 출소 파티까지… 고립 속에서 뭉친 한국 입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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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한국일보>
“도마뱀이 나왔어요. 와서 좀 쫓아줘요.”
10월 대한상공회의소(KCCI) 주관으로 베트남 번동공항에 입국한 190명의 한국 기업인들이 모여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들이 머무는 N호텔 근처에서 나뭇잎 태우는 연기만 올라와도 “화재사고 아니냐, 탈출 경로는 있느냐”고 난리를 치고, 비가 오면 “이러다 정전되는 줄 알았다”고 성화였다. “운동 삼아 현관문 타다 발톱이 빠졌으니 약을 달라”는 기상천외한 민원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14일 동안 격리된 N호텔 한국인 총지배인은 의연했다. 반찬이 짜다는 방에는 저염식을 제공했고, 화재ㆍ정전 민원에는 과거 사례를 들어 안심시켰다. 나아가 생일을 맞은 이들에게 미역국을 따로 넣어주는 등 대소사를 밤낮으로 챙겼다. 어느 순간부터 격리자들은 총지배인을 ‘천사’라 부르며 고마워했다.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한 격리 2주차. 한국인들은 자신의 보따리에 든 선물들을 나누며 고충을 위로했다. 손톱깎이를 빌려가면 한국산 컵라면이 감사 선물로 돌아왔다. 서로 의지하는 마음은 격리 종료 전 비대면 ‘출소 파티’로 정점을 찍었다. 격리자 한 명이 “격리 해제 기념으로 소주 한 병씩 쏘겠다”고 하자 총지배인은 기다린 듯 두부김치를 안주로 공수했다. 이들은 시설을 나온 뒤에도 지역별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올 2월 말 이후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특별입국한 인원은 1만8,000여명에 달한다. 한국이 단일 국가로 송출한 최대 인원이자, 베트남이 입국을 허용한 외국인 중에서도 압도적 1등이다. 예외입국은 3월 13일 삼성전자 엔지니어 140명이 스타트를 끊었다. 4월 29일에는 대한상의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주관으로 340명이 공동 입국에 성공했다. 이후 하노이ㆍ호찌민ㆍ다낭 한인회와 베트남 중소기업연합회(KBIZ)까지 나서 기업인은 물론 유학생과 가족까지 항공기로 실어 날았다.
왕래가 자리잡으면서 반려견 입국까지 가능해졌다. 한국에서 예방접종서와 진드기 방지약 처방전 등을 받아 인천공항에 동물검역서를 제출하면 베트남 동식물검역소가 반려견의 건강을 체크해 입국시키는 방식이다. 10월 두 마리의 반려견을 하노이공항에서 받은 교민 A씨는 “강아지들이 비행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어디냐”며 “사람 입국에도 정신 없을 텐데 자신의 일처럼 하나하나 신경 써 준 KBIZ팀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입국 횟수가 늘어나면서 신청자 혼동 등 초기 시행 착오는 상당 부분 줄었다. 다만 여전히 예외입국 신청자가 많아 최소 2~3개월 대기해야 하고, 선정 발표 후 닷새 안에 한국 당국에 베트남어로 공증ㆍ번역된 각종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개선점은 남아 있다. 격리자들이 4,5성급 호텔에서 100만원 이상의 숙박비를 지불해야 하는 점 역시 큰 부담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내 출국절차는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통해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고, 현지 입국도 한국 맞춤형으로 간소화 하고 있다”며 “숙박시설을 2,3성급까지 확대해 내년에 입국하는 인원들은 좀 더 많은 선택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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