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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 낸 한국 기업들... 이젠 '역특수' 노린다

입력
2020.12.17 04:30
16면

<14> 코로나 시대, 그들이 살아온 세상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 위치한 SK건설의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현장. 3월 코로나19 사태로 건설 필수인력들의 입국이 불허돼 맨 땅을 보이던 부지(위쪽 사진)가 11월에는 주요 시설들이 자리를 잡으며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SK건설 제공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 위치한 SK건설의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현장. 3월 코로나19 사태로 건설 필수인력들의 입국이 불허돼 맨 땅을 보이던 부지(위쪽 사진)가 11월에는 주요 시설들이 자리를 잡으며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SK건설 제공

올해 4월 베트남 최초의 석유화학단지인 롱손 프로젝트의 공사 공정률은 4%에서 멈춰 있었다. 2022년 6월까지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SK건설의 마음도 타 들어 갔다. 본격적인 파이프ㆍ철근 공사를 시작하려던 즈음, 확산일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한국 전문인력들의 입국은 기약이 없었다.

최근 5년 내 베트남 북부지역 제조업체 중 가장 큰 투자(5억달러)를 진행한 동화그룹 베트남 법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타이응우옌 중밀도섬유판(MDF) 공장의 핵심 시설인 프레스 설비를 시공해야 할 독일인 기술자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던 탓이다. 한 대에 2,200만달러나 하는 프레스 기기는 그들이 아니면 시공 자체가 불가능했다.

12월 현재. SK건설의 공정률은 27%까지 올랐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전 예상한 공정 속도보다 빠르다. 동화 역시 프레스 설치를 마무리하고 상업 시운전을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모두 4월 이후 13차에 걸쳐 진행된 대한상공회의소(KCCI) 베트남 사무소의 ‘기업인 특별입국’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상원 SK건설 베트남 지사장은 “특별입국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공정률은 4% 그대로였을 것”이라며 “한국만 공사를 이어가자 외국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기업 빼고 멈춰선 공장, 위기가 기회로

4월 중장비만 놓여 있던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의 동화그룹 베트남 법인의 MDF 공장(위쪽 사진) 모습. 하지만 8월 독일 기술자의 특별입국이 허용되면서 현재 공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타이응우옌=정재호 특파원

4월 중장비만 놓여 있던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의 동화그룹 베트남 법인의 MDF 공장(위쪽 사진) 모습. 하지만 8월 독일 기술자의 특별입국이 허용되면서 현재 공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타이응우옌=정재호 특파원

감염병 위기는 이제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엔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에너지와 전자부품ㆍ건설 영역에서 우리 기업들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이달까지 1,000명 남짓의 기업인만 들어온 상황이다.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베트남과 갈등 중인 중국 기업인들은 추가 투자는 물론 아예 입국 자체가 막혀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정부간 예외입국 절차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 기업이 가장 각광받는 산업 현장은 수십억달러의 공사 금액을 자랑하는 에너지 분야다. 베트남 정부가 부족한 산업용 전기를 확보할 목적으로 마련한 ‘8차 산업전력 계획’의 밑그림이 최근 나왔지만 한국을 제외한 미중일 에너지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투자를 철회하거나 사업 진행을 보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베트남 에너지국 관계자는 “산업 전력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블랙아웃’마저 우려된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프로젝트 진행이 꾸준해 긴급한 사업 발주는 한국을 우선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 생산ㆍ유통 산업도 역(逆)특수를 맞았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만두, 김치 등 한국음식에 대한 베트남 내 수요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CJ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식품 라인 현장 관리자 등이 7월 특별입국하면서 늘어난 주문을 제 때 맞출 수 있었다”며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매출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탄력이 붙은 한국의 베트남 공략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14일 이내 단기출장자 격리 면제로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뤄진 단기 기업활동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 대사는 “베트남을 설득한 비결을 묻는 영미권 대사관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1만8,000명의 입국자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한국의 저력을 동력 삼아 정기항공편도 곧 성사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CJ의 식품 생산라인의 모습. 이 공장은 7월 특별입국한 한국인 전문인력이 매뉴얼을 만든 뒤 코로나19로 폭증한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CJ의 식품 생산라인의 모습. 이 공장은 7월 특별입국한 한국인 전문인력이 매뉴얼을 만든 뒤 코로나19로 폭증한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하노이ㆍ호찌민ㆍ타이응우옌=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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