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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초읽기'...김경수는 읍소, 이재명은 압박

입력
2020.12.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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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14일 오후 일정에 없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 확산세 차단을 위한 도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김경수 경남지사가 14일 오후 일정에 없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 확산세 차단을 위한 도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폭발로 전국이 폭풍 전야만큼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확진자 폭증을 잠재울 확실한 카드로 보이지만 민생과 지역경제를 감안하면 선뜻 꺼내 들 수도 없어서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이다. 결국 자치단체장들은 원초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확산세 차단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이동과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읍소와 호소, 때론 단속을 빌미로 한 압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3차 대유행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의 선제적 조치와 함께 무엇보다 도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생활방역수칙 준수로 안전한 연말연시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200자 원고지 19매 분량의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수 차례나 ‘간곡히 호소’ ‘거듭 호소’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간절하게 하소연했다. 도 관계자는 “3단계가 발동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 하다”며 “3단계 격상만은 막기 위해 지사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이달 들어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15%로 늘었고 무증상자 비율도 40%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경남도는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32개반 299명의 정밀역학조사 인력을 87개반 1,00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도시사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도시사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연합뉴스

김 지사가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는 국무총리와 10개 부처 장관이 참여했고, 전국의 시도지사들은 화상으로 참가했다.

이 회의 이후 지역 주민 ‘압박’에 나선 곳도 있다.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도ㆍ시ㆍ군ㆍ경찰로 구성된 1,000명 규모의 합동 단속반을 운영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 12일 정세균 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방역대책회의에서 이 지사는 ‘3단계 격상’을 건의하면서 “안 되면 경기도만이라도 시행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날 화상 회의 이후 ‘3단계 격상’ 대신 단속 강화라는 칼을 빼 든 것이다. 조창범 도 자치행정과장은 “방역지침 미이행 적발 시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도민께서도 모임ㆍ여행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 지침 이행에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3단계는 주평균 확진자가 800~1,000명 이상이거나,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급격한 환자 증가 시 병상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전국 단위 조치인 3단계는 2.5단계와 달리 지자체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상황이 심각하다”며 “3단계 격상에 우리가 빌미가 돼선 안 된다는 심각성은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전날 하루 22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는 6일 연속 ‘2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치료병상(712개)가 대부분 중증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등 병상 확보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서울시 마스크 미착용 단속반이 지난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소문일대 식당에서 마스크 착용 및 방역수칙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마스크 미착용 단속반이 지난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소문일대 식당에서 마스크 착용 및 방역수칙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대구와 광주 등 다른 지자체장들이 이날 일제히 전면에 나선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조금만 방심하면 수도권 같은 상황이 우리 지역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다"며 "10인 이상이 모이는 사적 모임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확진자 718명 중 수도권 확진자는 481명에, 70% 수준에 이른다. 이 시장은 “모임과 외출이 없고, 방역수칙 위반 없는, 그래서 확진자도 없는 ‘3無 광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오후 15일 오후 2시 대구시청에서 대시민 방역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영신교회 등 교회와 카페, 피트니스센터 등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권 시장은 28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대구형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보다 강화한 내용의 방역수칙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잠하던 대구에서조차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준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이번 3차 대유행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서울과 인접, 대규모 인구가 이동하는 지자체는 확산 가능성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경기 고양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넘는 강력한 방역지침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의 이동이 많은 지역 여건상 자체 방역지침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조치는 최후의 조치”라고 밝힌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의 터널로 들어섰다"며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것 만큼은 막겠다”고 각오를 밝힌 상황이다. 역시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진자들의 철저한 격리를 통해 사태를 봉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범구 기자
창원= 이동렬 기자
광주= 안경호 기자
대구=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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