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도 모자라 무법 유튜버까지… "주민들이 무슨 죄죠?"

조두순 출소 후 사흘 새 사법처리 대상 18명
입건 6명, 범칙금 9명, 조사 후 입건예정 3명
주민들 “구역 지정 주민만 통행케 해달라” 탄원

지난 1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조두순이 거주히고 있는 다세대 주택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한 주민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의 거주지 인근 주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조두순이 출소해 불안감이 조성된 상황에서 그를 응징하겠다며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부 과격 유튜버들의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에 경찰은 유튜버의 개인 방송 진행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일부 유튜버들은 지속적으로 조두순의 거주지를 찾아 “경찰이 조두순을 보호하고 있다”, “조두순을 응징해야 하는데 경찰이 막고 있어 못 들어간다”는 등의 왜곡 및 자극적인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 출소일인 지난 12일 오전 일부 시민들이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를 나서 집으로 향하는 호송차량을 막고 있다. 뉴시스

욕설에 소음공해도 모라자 공무방해와 주거침입까지

안산 단원경찰서는 조두순이 출소한 지난 12일 오전부터 사흘 동안 조두순의 주거지 등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21)씨와 B(17)군 등 6명을 입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다만 A씨 등 1~2명은 유튜버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2일 안산준법지원센터 앞에서 조두순이 타고 있던 법무부 관용차량 지붕에 올라타 차량을 파손하고, 차량 진행을 막은 C씨 등 3명의 신원을 특정,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경찰은 조사 후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 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조두순의 거주지인 안산시 단원구 주택가에서 “조두순을 만나러 왔다”며 이곳을 지키던 경찰관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12일 조두순의 주거지 건물 뒤편 가스 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다 적발됐으며, B군을 연행하는 경찰 차량을 몸으로 막아 세운 50대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주거지 주변에서 불법부착물 부착 등의 혐의를 받은 D·F씨 등 9명에 대해서는 통고처분(범칙금)을 내렸다.

유튜버는 조두순 출소 첫날인 12일 100여 명이 몰려와 온갖 욕설과 폭언은 물론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이어 13일 함박눈이 내리는 데도 20여 명의 유튜버가, 14일 영하의 날씨에도 5~6명이 나타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주민들 “유튜버 때문에 못살겠다” 탄원서 제출

조두순 출소 후 불안감 고조에 소음공해까지 더해지자 주민들은 “더 이상 못살겠다. 유튜버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일정 구역을 지정해 주민 외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해 달라는 것이다. 그로 인한 불편도 감수하겠다며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실제 조두순 출소 후 사흘째인 이 날 오전까지 접수된 소음 민원 등 신고 건수는 모두 98건이다.

해당 지역 주민자치위원장과 통장협의회장·새마을지도자회장·새마을부녀회장 등 주민단체 대표들은 탄원서를 통해 “(조두순의 거주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주민들은 놀라움과 걱정에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그런데 언론사 기자는 물론 유튜버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일부 유튜버는 조두순이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밤을 새워가며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는 이웃집 옥상에 올라가기도 하고, 서로 싸움까지 했다”며 “일정 지역을 유튜버 등 관계없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구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조두순 집 근처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느냐는 두려움과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하루빨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