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정부서 강남아파트 13억→28억 폭등
어설픈 ‘투기와의 전쟁’에서 참담한 실패
새 장관 거품 집값 못 잡으면 정권 파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11일) 경기 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찾은 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널리 알리려는 이벤트였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물론, 이례적으로 아직 청문회조차 거치지 않은 변창흠 차기 국토부 장관 후보자까지 동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견본주택을 둘러본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의 생활 차원이 높아지겠다”며 “이제 기본은 돼 있으니 양을 늘리고 질도 높이고 두 가지를 다 하셔야 한다”고 특히 변 후보자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대한 여론은 야유로 들끓는다. 대통령이 13평 임대주택을 둘러보고 “부부에 아이 둘도 살겠다”고 했다는 보도에 붙은 악성 댓글이나,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는 야권 정치인들의 조롱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향 각지의 아파트값이 연일 신고가로 치솟아 오르고, 전세난으로 잠 못 이루는 세입자가 수만 명은 족히 되는 ‘비상사태’에 대한 절박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대통령의 안이한 행보 자체에 개탄이 넘친다는 얘기다.
사실 문 대통령의 행복주택 방문 당일 나온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은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차가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뚜렷이 보여 준다. 통계는 그 주 전국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평균 0.40%, 0.32% 각각 속등하는 등 부동산 광풍(狂風)이 여전함을 확인했다. 비규제지역인 파주 울산 창원 등지의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돌파했고, 지방으로 번진 집값 폭등의 ‘풍선효과’가 거꾸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 추가 상승을 자극하는 조짐까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요컨대 부동산시장에서는 연일 포성과 총탄이 빗발치면서 여기저기 정책 방어선이 또다시 무너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저 멀리 사령부에서 신형 철모가 튼튼하게 잘 나왔다고 매만지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 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강남아파트 한 채 값이 13억원에서 28억원으로 폭등한 건 참담한 일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아예 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집권 초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는 다주택 투기에 불을 지핀 치명적 실책이었다. 그래도 실책을 재빨리 수습하고, 그 이후 수요 억제책이라도 제대로 가동했다면 파국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 24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은 ‘투기와의 전쟁’이 무색할 정도로 안이하고 어설펐다. 대출 억제부터 거래 규제, 종부세 강화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조치들은 전 해안선에 걸쳐 쓰나미가 들이닥치는데 ‘핀셋 규제’라며 군데군데 벽돌담만 쌓거나,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구명 튜브 몇 개 던지는 식이었다.
국토부 장관 교체에 맞춰 부동산정책을 공급 중심과 시장원리로 전환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규제정책을 섣불리 원점으로 돌릴 경우, 시장은 더욱 심각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이제라도 현상을 냉철히 파악하고, 시장의 정곡을 찌르는 유능한 정책으로 더 이상 ‘정책 삽질’을 피하는 게 절실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변 후보자는 지금의 1가구 1주택 정책이라도 제대로 작동시키고, 거기에 공급을 조속히 보강하는 대책을 더해 현 정권 임기 중에 다음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첫째, 만연한 집값 상승 기대감을 해소해야 한다. 덜렁 국회 이전 계획이 추진돼 이미 날뛰고 있는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적 들썩임을 시급히 가라앉혀야 한다. 둘째, 집값 하향 안정세를 만들어 최소 현 정부 출범 후 집값 폭등분의 50% 이상을 하락시켜야 한다. 공공임대든, 공공분양이든,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든 무슨 수를 써도 좋다. 대신 그렇게 못하면 딴소리하지 않고 정권을 내놓겠다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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