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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일만 했는데 루게릭병" 포스코 직원들, 집단 산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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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에서 30년간 일한 이모(2019년 사망)씨는 2016년 7월, 자주 넘어지고 몸에 힘이 빠진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테니스 라켓을 단 하루도 놓지 않을 정도로 운동에 열심이었던 그에게 의사는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씨의 부인(63)은 "시댁은 물론 먼 친척 중에도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며 "남편은 전국 테니스 대회에도 출전할 만큼 튼튼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간 묵묵히 일만 한 사람이 루게릭병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씨뿐만 아니었다. 그는 2018년 우연히 퇴직자 모임에 나갔다가 30년간 자신과 같은 현장을 누볐던 동료 박모(2020년 사망)씨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씨와 박씨처럼 포스코에서 수십 년간 일한 뒤 폐암과 폐섬유증, 루게릭병 등에 걸린 근로자 8명이 집단 산재신청에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14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직업성 암 산업재해 신청현황을 공개하고 사측에 안전보건 진단을 촉구했다.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산재신청을 한 8명은 모두 포항제철소 안 현장에서 최소 30년에서 42년간 일한 근로자들이다. 이씨 등 2명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고, 5명은 폐암이나 폐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특히 폐질환 관련 진단을 받은 이들 5명은 석탄 덩어리인 코크스를 만드는 화성부에서 일했다. 코크스는 제조 과정에 결정형유리규산과 벤젠 등 다양한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포스코 현장에 파견돼 일한 건설플랜트 근로자로, 올해 혈액암으로 불리는 세포림프종을 진단 받았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제철소 현장 직원들은 제선과 제강, 압연, 스테인리스스틸 공정에서 여러 발암물질에 노출된다"며 "폐암과 백혈병, 혈액암 등은 제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직업성 암"이라고 주장했다.
한대정 포스코지회장은 "직업성 암은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후에 발생해 퇴직한 뒤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포스코는 직업성 암이라는 재해를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모든 현장에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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