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7만명 호응... 배민 등 '배달 공룡' 맞선 '공공배달'의 반격

입력
2020.12.14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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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시장 '공정경쟁' 유도 취지로 시작?
1일 주문 건수 4500건…8일간 3만 9000건?
할인·CS서비스 등 인프라 구축 한계도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기 화성시의 한 작은 식당은 이달 들어 6일만에 약 700만원 매출을 올렸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가맹점으로 참여하면서다. 주말 매출 370만원에 대한 중개수수료는 1%(3만7,000원)로, 민간 배달앱 수수료(12%, 44만4,000원)보다 40만원이나 적었다.

소비자도 이익이다. 배달특급으로 파주 시민이 1만8,000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면 경기 지역화폐를 충전해 10% 할인, 배달특급에서 지역화폐를 쓰면 5% 추가 할인까지 적용받아 1만5,300원으로 비용이 떨어진다. 또 파주시 지역화폐 파주페이를 쓰면 누적 결제금액에 따라 쿠폰도 지급된다.

시장을 장악한 '배달 공룡'을 잡겠다고 나선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출시 10일 만에 이용자 수 6만9,000여명을 기록했다. 애초 화성·오산·파주 등 시범지역으로 한정하고 연간 목표치를 10만명으로 잡은 것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소비자 반응이 다.

공익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질 낮은 서비스와 시장왜곡만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공배달앱이 배달 공룡과의 한판 승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간 3만건 주문…관심도 4위 부상


배달특급 주문량 및 거래액 추이. 자료 경기도주식회사

배달특급 주문량 및 거래액 추이. 자료 경기도주식회사


주요 배달업체 정보량 점유율. 자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주요 배달업체 정보량 점유율. 자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13일 경기도주식회사에 따르면, 배달특급은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달 1일 주문 건수 4,500건으로 출발해 지난 8일간 3만9,000건을 주문 받았다. 누적 거래액은 약 10억6,000만원으로 하루 평균 1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시장점유율 90%에 달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작 직후부터 예상 밖의 소비자 호응이 뒤따르자 운영사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11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이달 1~10일 사이 국내 6개 배달앱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온라인 포스팅 수)를 분석한 결과, 배달특급의 정보량(1,488건)은 6개 배달앱 중 4위를 기록했다. 선발 주자인 민간 배달앱 위메프오(540건)와 배달통(526건)을 앞지른 수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배달특급의 실효성을 강조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홍보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배달특급은 내년부터 용인·광주·시흥 등 27개 시·군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시범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대상지를 점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관치페이' 오명 제로페이와는 다를까

서울시는 9월 16일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춘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를 7개 중소배달앱사에서 시작했다. 최근 5대 배달앱으로 꼽히는 위메프오도 서비스에 참여했다. 뉴스1

서울시는 9월 16일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춘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를 7개 중소배달앱사에서 시작했다. 최근 5대 배달앱으로 꼽히는 위메프오도 서비스에 참여했다. 뉴스1

그간 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지자체가 시작한 각종 공공 서비스는 낮은 서비스 품질과 편의성, 유지관리 능력과 지속 가능성 부족 등 한계를 드러냈다.

전북 군산의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독과점 배달앱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끌어 모으며 4월 주문 건수 6만8,000건까지 올랐으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매달 이용자가 줄어 2만여건까지 떨어졌다. 서울시가 선보인 모바일 결제서비스 제로페이는 혜택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이 결제시장에 개입한다며 '관치페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달특급에 대한 관심이 '신장개업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비자 유인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만으로는 고객을 유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운영을 이어가려면 수익이 필요한데, 가맹점 수수료를 크게 낮춰 적자가 우려되면서 소비자 혜택 등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배달앱을 시작할 수 있지만, 시스템을 지속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민간 배달앱이 쏟아내는 할인쿠폰 등 소비자 혜택과 라이더 운영 시스템, 고객만족(CS) 서비스 등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특산물 100원' 할인…소비자 유인책 고심 중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6일 만에 이용자 수 6만명을 달성했다. 사진은 배달특급 모바일 앱 화면.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6일 만에 이용자 수 6만명을 달성했다. 사진은 배달특급 모바일 앱 화면.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배달특급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름 머리를 짜내고 있다. 온라인 사용이 불가했던 경기도 지역화폐를 배달특급을 통해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열어놨다. 여느 민간 배달앱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던 지역화폐를 쓸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지역화폐를 쓰면 최대 15%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오는 10일부터는 선착순 100명에게 경기도 특산물을 100원에 제공하는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경기도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착한소비'라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가 편익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며 "예산 낭비없이 소비자에게 최대한 혜택을 돌려주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중개수수료 1%로 들어오는 수입은 고스란히 소비자 홍보와 프로모션에 재투자한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민관협력 사례도 눈에 띈다. 위메프오는 서울시의 주문배달 서비스 '제로배달 유니온'에 참여하고 기존 정률제 중개수수료를 5%에서 2%로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중소배달앱 위주로 운영되던 서비스에 5대 배달앱으로 꼽히는 위메프오가 참여하면서 제로배달 유니온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간에서 10여년간 구축해놓은 사업 모델을 관이 운영해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하우가 있는 민간 배달앱과 함께 하면 더 수월하게 소비자를 유입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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