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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엔 매질 125대... "가장 인간적인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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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미스터 고, 그 위험한 곳에 왜 가려고 해."
인도네시아인들마저 말렸다. "닭을 훔치면 손목을 자른다" "외국인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같은 무슬림이 사는 우리 영토지만 이해할 수 없는 곳" 등 나름의 이유까지 곁들였다. 정작 "직접 가봤느냐"는 물음엔 고개를 저었다. "뉴스에서 봤다" "어디서 들었다" 정도다. 외신이 공개 태형 소식을 전할 때마다 국제 인권단체들이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이라고 비난하는 수마트라섬 서북단의 아체특별자치주(州)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도 생소한 땅이었다.
막상 도착한 아체의 주도(州都) 반다아체는 평온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현장 취재는 코로나19 사태 전 이뤄졌다). 외부 평판을 익히 아는 듯 만나는 주민마다 "오해를 풀어달라" "어디나 나름의 규율이 있다" "우리는 행복하다"고 자신들을 변호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외국 언론의 방문을 불허했던 까닭에 그릇된 오명이 쌓인 만큼 보고 들은 대로 써달라"는 구체적인 요청도 있었다.
특히 샤리아(이슬람 관습법)의 실질 지배를 상징하는 공개 태형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외부 인식과 시선이 "편협하고 과장됐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주장하는 저울추를 바로 잡고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반다아체 샤리아 경찰 서열 3위인 자콴(40) 국장을 만났다. 일반 경찰과 달리 이슬람 관습법 준수 여부만 단속하는 샤리아 경찰은 반다아체에 100여명, 아체 전체에 5,000여명이 있다. 자콴 국장은 "공개 태형이야말로 인간적이고 관대한 형벌"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태형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슬람사원 마당 등에서 죄인을 호명하고 범죄 유형, 매질 숫자를 발표한 뒤 꿇어앉은 죄인의 등을 때린다. 매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성은 남성(잘라드)이, 여성은 여성(잘라다)이 때린다. 죄인은 얼굴을 드러내지만 집행인은 얼굴을 가린다. 18세 이상만 참관할 수 있다. 1년에 10번 정도 시행된다. 채찍은 길이 120㎝, 지름 0.75㎝로 등나무가 재료다.”
-어떤 범죄가 해당되나.
"아체 지방정부의 이슬람 형법(Qanun Jinayah)이 제시한 부적절한 남녀 관계, 음주, 도박, 동성애, 무고(위증), 성폭행 등 10가지가 해당된다. 유형에 따라 매질 횟수가 12대~170대로 정해진다. 절도는 대상이 아니다. 물건을 훔쳤다고 손목을 자르지도 않는다."
-공권력이 개인의 성 정체성과 사생활을 억압하는 것 아닌가.
"샤리아는 선지자(무함마드) 때부터 지켜지던 규칙이다. 무슬림이라면 누구나 알고 믿고 따라야 한다. '아체에선 아체식으로'라는 속담대로 우리는 신앙과 전통을 지키고 있다. 서양 문화만이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 혼외 정사, 동성애, 도박 등은 타인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은 처음 걸리면 체벌 대신 우리 문화를 정확히 알리는 강의를 듣게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보다 우리가 훨씬 관대하다."
-매질 때문에 실신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잘못 알려졌다. 아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기절한 것이다. 태형의 목적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심리적 수치심을 주는데 있다. 태형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경고가 된다."
그는 태형의 강도를 알려주기 위해 팔을 휘둘러 보이기도 했다. 실제 맞아보면 처음엔 따끔한 정도다.
-죄를 지었다고 체벌하는 지역은 거의 없다.
"공개 태형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벌금 징역 등 다른 형벌을 고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해당 범죄를 저지른 75명은 모두 자진해서 공개 태형을 택했다. 그 중엔 불교 신자인 중국인도 있다. 만약 아버지가 옥살이하는 동안 그 자녀들의 생계와 인권은 누가 책임지는가, 그 아이가 도둑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잠깐의 창피로 벌을 대신하는 공개 태형은 그래서 인간적이고 관대하다.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의문이 여전히 남았지만 자콴 국장은 "우리 역시 다른 지역에 가면 그 법을 지키듯 아체에선 아체 법을 따르면 된다"고 역설했다. 주민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폴란드 유학을 다녀온 하이칼(25)씨는 "태형보다 더한 형벌을 도입하자는 강성 무슬림의 극단적 주장만 뺀다면 샤리아는 삶의 나침반"이라고 했고, 한국에서 공부한 사라(28)씨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율법대로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리사(24)씨는 "평생 아체에서 살았지만 공개 태형 현장을 직접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샤리아가 몸에 밴 주민 대부분은 공개 태형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단속 현장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24시간 내내 3교대로 거리를 지키는 샤리아 경찰은 진녹색 제복이 눈에 잘 띄었다. 샤리아 경찰관 아궁(24)씨는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가급적 주의만 주고 돌려보낸다"라며 "우리를 나쁘게 바라보는 건 실제를 잘 모르는 서양의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기자 역시 3박4일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나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
반다아체는 카페가 불야성이다. 지역 이름을 딴 '아체 가요(Aceh Gayo)'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이기도 하지만 음주가 금지돼 있고, 은밀한 장소에서 만날 수 없는 젊은 남녀가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들의 표정과 행동은 인도네시아 여느 지방 젊은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뭐라고 하든 그들만의 문화를 예사롭게 누리고 있었다. 주민들 말마따나 ‘아체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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