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수만명이 먹고 자고... 인도의 '차박' 시위대

입력
2020.12.05 12:00
농산물 최저가격제 폐지에 반발한 농민들
뉴델리 진입 막히자 도로 곳곳에서 숙식
코로나19 상황 심각한데 벌써 수만명 모여

인도 농업개혁법 저지 시위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숙소로 개조된 트랙터 여러 대가 뉴델리로 향하는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1일 농성 중인 농민들이 트랙터 2대를 이어 빨래 건조대를 만들어 옷을 말리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농성 중인 농민들이 트랙터를 개조해서 만든 임시 숙소에 모여 1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인도의 수도 뉴델리 주변에서 때 아닌 '차박'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제 폐지를 골자로 한 농업개혁법을 저지하려는 농민 시위대들인데, 2주 만에 수만 명에 달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부터 모여든 농민들은 뉴델리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정부가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다. 목표했던 수도 입성이 여의치 않자 시위 전략을 바꾼 것이다. 마땅한 숙소가 없다 보니 트럭이나 트랙터를 개조해 잠을 자거나 노상에서 화덕을 만들어 ‘로띠’를 구워먹는 모습도 흔하다. 차량과 차량을 이어 빨래를 널어 말리는 등 아예 '살림'을 차린 듯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위대가 결사반대하는 농업개혁법은 일종의 ‘농산물 시장 민영화’ 정책이다. 인도의 주요 농산물은 주로 최저가격이 정해진 주립 도매시장에서 거래됐다. 우리나라가 쌀 목표가격제를 통해 농업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처럼 일종의 자국 농업 보호 장치를 유지해 온 것인데, 개혁법에 의해 이 같은 장치가 폐지되고 농민들은 구매자와 직거래를 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판로를 개척한 농장들은 더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최저가격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농성 중인 농민들이 노상에 화덕을 만들어 '로띠'를 굽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농민 시위 6일째인 1일 농민들이 수도로 향하는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뉴델리=AP 연합뉴스


문제는 인도가 미국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매일 9만 명 이상 확진 판정을 받았던 9월에 비하면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지금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4만 명 수준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위험지역이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957만 명, 사망자는 13만9,000명에 달한다. 하루 5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밀집해 숙식까지 함께하고 있어 인도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시위에 나선 농민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농민연맹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고는 있지만 (개혁법 저지도) 죽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 전체가 마비됐을 때도 일하며 식량을 공급한 것은 농민”이라며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입법을 강행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출발한 농민 시위대가 1일 농성장에 도착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농성 중인 시위대가 1일 차량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인도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여론은 시위대에게 우호적인 편이나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탓에 뉴델리의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지방 주민들이 대법원에 시위대 해산명령 청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와의 합의도, 시위대의 자진해산 가능성도 희박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농민들이 야당의 정치 공세에 놀아나고 있다”며 개혁은 “갠지스 강처럼 맑은 의도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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