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힘들어 현금 마련" 손정의의 엄살, 스타트업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의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늘 화제를 뿌린다. 그가 단순히 한국계 일본인으로서 성공해서만은 아니다. 일본의 통신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의 수많은 스타트업에 돈을 쏟아부어 투자계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기에, 해외에서도 늘 그를 주목한다.
하지만 다른 평범한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있다. 초기에 6,000만달러를 투자해 3,000배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중국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같은 사례가 있는 반면 최악의 투자로 전락한 사무실 공유 플랫폼 위워크 같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것도 마찬가지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은 올해 1분기 1조4,381억엔(약 15조원) 적자를 봤지만 2분기에는 1조2,557억엔(약 14조원) 흑자를 거뒀고, 3분기에도 6,274억엔(약 6조6,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런 그가 또 한번 전 세계 언론과 투자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사 거리를 던졌다. 지난달 그는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출연해 "위워크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은 내 실수"라는 고백을 하더니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예상보다 많은 800억달러의 현금 준비금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웬만한 손실에는 좀처럼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던 그의 갑작스런 고백과 현금 마련에 곳곳에서 이러다 큰일나겠네라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과연 손정의와 소프트뱅크는 큰 위기에 빠진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의 행보를 보면 그런 손 회장의 말이 무색하다. 여전히 그는 스타트업 투자처를 물색하면서 돈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최근 다시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돈의 목적지는 모두 신생 기업이다. SB매니지먼트라는 자회사를 통해 스웨덴의 클라우드컴퓨팅 회사 신치(Sinch) 지분을 7억달러 어치나 사들였고, 소프트뱅크가 전액을 투입하고 있는 '비전펀드 2호'를 통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물류 스타트업 플록프라이트(Flock Freight)에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언뜻 보면 손 회장이 그 동안 엄살 부린 것일까. 사실 손 회장은 그의 말처럼 올해 △일본 소프트뱅크 144억달러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350~400억달러 △미국 통신사 T모바일 224억달러 등 여러 기업의 주식을 팔았다.
이렇게 마련한 실탄을 가지고 자사주 매입에 237억달러, 회사채 청산 및 재매입에 221억달러 등을 쓰거나 쓸 예정이다. 그러고도 약 450억달러가 남는다. 다만 ARM의 경우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고 일부는 현금이 아닌 ARM을 인수하는 엔비디아의 지분으로 받는다.
손 회장은 이와는 별개로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손 회장이 여전히 비대면 방식으로 투자를 원하는 전 세계 스타트업 경영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알고 보면 이는 NYT 딜북 컨퍼런스에서도 손 회장이 이미 언급한 내용이다. 손 회장은 현금을 쌓아서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소프트뱅크의) 평가가 낮아질 때마다 자사주를 사들여 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동시에 가치가 저평가된 흔들리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실적을 끌어올린 것도 알고 보면 스타트업 투자다. 중국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베이커자오팡(KE홀딩스)에 대한 투자는 올해 8월 기업공개를 통해 375%의 평가 이익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배달 플랫폼 스타트업 도어대시(Doordash)도 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소프트뱅크에 40억달러의 수익을 안길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미국 초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을 중심으로 상장사 투자도 늘렸다.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스프트, 테슬라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매입이 주로 시장 거래가 적은 여름에 이뤄졌기 때문에 언론에선 소프트뱅크를 '나스닥 고래'라고 불렀다. 이런 투자에 대한 손 회장의 설명은 "유니콘(급성장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의 거물들도 인공지능(AI) 개발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라지만 자신은 그들 역시 AI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시장 분석가들은 '손정의식 스타트업 투자'의 결과를 희망적으로 본다. '위워크의 굴욕'으로 손 회장의 안목이 나빠졌다고 하기엔 알리바바의 성공이 너무 컸고, 전 세계에서 제2의 알리바바를 꿈꾸며 대기 중인 성공 후보작도 많다는 것이다.
SBI증권의 모리유키 신지 분석가는 "인터넷 기업 투자는 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미래에 알리바바처럼 되는 기업을 단 하나만 찾아도 성공적"이라고 했다. 노무라증권의 소프트뱅크 담당인 마스노 다이사쿠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한 펀드의 이익 확대 전망은 긍정적"이라면서 자사주 매입과 함께 소프트뱅크의 주가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소프트뱅크의 평가가 좋아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전 세계 증시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손 회장의 투자의 결말도 지켜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손 회장은 여전히 스타트업 투자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지금 시장이 거품인지 여부는 결국 상대적인 관점의 문제"라면서 "나는 여전히 우리가 정보, 기술, AI 혁명의 초입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