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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가고 넷플릭스 어서오고… 영화판 '돈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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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에는 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밀정’(2016)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판에 뛰어들어 ‘싱글라이더’와 ‘브이아이피’(2017), ‘마녀’, ‘인랑’(2018) 등을 제작하고 투자까지 했다. 할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은 영국과 일본, 인도, 러시아 등 시장성이 큰 국가에서 제작ㆍ투자업을 겸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충무로 제작ㆍ투자 사업 진출은 한국 영화산업의 판이 커졌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따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230억원이 들어간 ‘인랑’ 이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미국 본사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사업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사업에서 발을 빼게 됐다.
가는 자가 있으면 오는 자가 있는 것일까.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는 지난 9월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별도 설립해 한국 콘텐츠를 직접 기획ㆍ투자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기획ㆍ투자작은 동명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만드는 영화 ‘모럴 센스’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에 투자하고, 올해 ‘사냥의 시간’과 ‘승리호’ 등을 구매한 적은 있지만 기획 단계부터 영화 제작에 관여하기는 ‘모럴 센스’가 처음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국내에 대형 촬영장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을 안정적으로 자체 제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넷플릭스의 약진이 눈부신 반면 충무로에서 20년 안팎으로 아성을 쌓았던 대기업 자본들은 궁지에 몰렸다. 최근 코미디 영화 ‘차인표’가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을 선언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차인표’는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롯데시네마와 한 식구다. 롯네시네마는 코로나19 여파로 신작이 없어 아우성인데 형제지간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영화를 넷플릭스에 넘긴 셈이다. 국내 영화계를 쥐락펴락해온 CJ엔터테인먼트는 미개봉 영화를 넷플릭스에 아직 팔진 않고 있다.
최근 일련의 모습들은 국내 영화산업의 급변을 반영한다. 극장 상영이라는 전통적인 사업 모델이 통째로 흔들리면서,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 대신 OTT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내년 상반기 국내 진출이 점쳐진다. OTT 시장 다크호스로 꼽히는 HBO맥스도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3,4년 뒤면 국내 영화시장은 글로벌 OTT 회사들의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
토종 자본에서도 변화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룡 IT회사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은 하정우 주연의 영화 ‘야행’을 내년 제작해 카카오TV와 극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야행’은 중저예산 작품이지만 자금력과 자체 플랫폼을 지닌 IT 강자의 첫 영화 행보라 주목해야 한다.
지난 1일 미국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혼돈에 빠진 할리우드 현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확실한 것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큰손들이 바뀌고 있다는 것, 적어도 새로운 큰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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