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사태, 이낙연 '총대' 정세균 '정리' 이재명 '침묵'

입력
2020.12.02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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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주자 3인의 다른 모습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왼쪽부터) 뉴스1·뉴시스·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왼쪽부터) 뉴스1·뉴시스·연합뉴스

‘추미애·윤석열 사태’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3인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 직후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의 선봉에 서서 검찰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적극적인 상황 관리자’로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반면 평소 중앙정치는 물론 전국적 이슈에 공격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왔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눈에 띄게 말을 아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동남권신공항 추진단 연석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동남권신공항 추진단 연석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 거취 압박의 선봉에 선 이낙연 대표

이낙연 대표는 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찰 개혁은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라며 “검사들의 집단 행동이 검찰 개혁의 저항으로 비춰진 것은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정면 충돌 이후 추 장관의 조치에 반발하는 일선 검사들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취한 지난달 24일에도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고 압박했다. 지난달 1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추미애 장관의 경우는 비교적 스타일 쪽에 아쉽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정면충돌하자 추 장관에게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은 추 장관이 끌고 가는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친문재인계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통해 점화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론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검찰 개혁이 최우선"이라며 "그 뒤에 추 장관이 물러나더라도 이는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한 이후여야 한다는 (이 대표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신 총대? 존재감 부각하는 정세균 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독대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국무위원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독대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국무위원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당초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던 정 총리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적극적인 갈등 관리자 역할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에 대해 "자진사퇴 필요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정 총리는 이날에는 추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독대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과 갈등 당사자인 추 장관까지 직접 만나 상황 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정 총리의 장점인 안정감과 관리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총리의 행보가 현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 마련의 도화선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오거리에서 열린 희망2021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온도탑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오거리에서 열린 희망2021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온도탑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기소가 됐다가 긴 송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검찰과 악연이 깊은 그는 평소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여기는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 국면에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3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복지 방식으로 하자며 최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중앙 정치에 적극 관여하는 이 지사 스타일에 비춰 의도된 침묵이라는 평가가 많다. '추·윤 갈등'으로 과열된 중앙 정치권에서 한 발 떨어져 사태 흐름을 일단 지켜보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측 한 인사는 이날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검찰 개혁 과정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조금 더 사안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도정을 이끄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을 촉발할 수 있어서 직접 언급은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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