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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가구 중심의 저출산정책은 타당한가

입력
2020.12.01 18:30
수정
2020.12.02 09:45
26면

올해 출생아 수 5년전 60% 수준 하락
기혼여성 출산율 저하에 기인한 탓
다자녀 중심 저출산 대책 수정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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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통계청은 올해 3분기 출생아 수가 약 6만9,000명이었다고 발표하였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3분기 최저치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2분기에 이어 0.84명을 기록하였다. 이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2020년의 출생아 수는 27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다. 5년 전 출생아 수의 약 6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왜 이처럼 빠르게 감소하고 있을까? 필자가 통계청 원자료들을 결합하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장기적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든 것은 주로 비혼ㆍ만혼이 늘면서 결혼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유배우 비율)이 감소한 데 기인한다. 이 기간 동안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유배우 출산율)은 오히려 높아져서 출생아 수 감소세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최근 몇 년간은 유배우 비율 감소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유배우 출산율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출생아 수 감소의 55%는 유배우 출산율 저하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리고 유배우 출산율 감소의 대부분은 자녀를 갖지 않은 유배우 여성의 첫 자녀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데 기인한다. 요컨대 결혼이 계속 줄어드는 장기적인 추이에,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지 않는 최근의 경향이 겹쳐지면서 지난 5년 동안 출생아 수가 급락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구 현상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문화적인 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한 명의 자녀를 갖기도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할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 결과는 자녀가 없는 부부를 저출산 대응정책의 중심으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적지 않은 저출산 관련 정책들은 다자녀(두 명 이상 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하거나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다. 예컨대 어린이집 입소 순위 결정에서 다자녀 가정 자녀는 가산점을 받으며,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다자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인구변화의 추이를 고려하건대 이러한 다자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녀가 없는 유배우 여성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991년 25~39세 유배우 여성의 8%에 불과했던 무자녀 유배우 여성의 비율은 2018년까지 23%로 높아졌다. 반면 두 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유배우 여성의 비율은 같은 기간 67%에서 44%로 낮아졌다. 이는 다자녀 우선 정책이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무자녀 유배우 여성의 출산율은 다자녀 여성의 출산율에 비해 훨씬 높으며, 전반적인 출산율 변화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무자녀 유배우 여성의 첫 자녀 출산율은 한 자녀 유배우 여성의 출산율의 두 배, 다자녀 유배우 여성 출산율의 13배에 달한다. 한 자녀 혹은 다자녀 여성의 출산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데 반해, 무자녀 여성의 출산율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여 왔다. 그리고 무자녀 유배우 여성의 출산율은 각종 저출산 대응정책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필자의 최근 연구결과는 지자체의 출산지원금이 무자녀 유배우 여성의 첫째 출산율에 비교적 강한 효과를 미쳤음을 보여준다.

결혼하여 자녀를 여럿 낳아 기르는 삶이 일반적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놓인 각각의 문턱은 이제 너무나 높아져서 넘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동을 잘 키워내기 위해서라도 다자녀 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의 맨 처음 문턱부터 낮춰야 할 때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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