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고비 넘겼지만...통합까진 '첩첩산중'

입력
2020.12.01 15:12
수정
2020.12.01 19: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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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주발행은 경영상 목적" 산은측 입장 100% 수용
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플랜 즉시 가동
유증 참여율, 기업결합 심사 등 과제도 적잖아

25일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모습. 영종도=뉴스1

25일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모습. 영종도=뉴스1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첫 고비를 넘겼다. 인수에 반대하는 3자 주주연합(KCGIㆍ조현아ㆍ반도건설)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다. 산업은행은 당장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법원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 산은 주장 수용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이승련)는 1일 3자 주주연합 측이 제기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기일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주발행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산은 측 주장을 100% 수용한 것이다.

이번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에 대한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3자 주주연합 측은 이번 인수를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영권 분쟁 보다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더 무게를 뒀다.


산은, 계획대로 인수플랜 가동...넘어야 할 과제도 많아

산은은 당장 2일 한진칼에 대한 자금 투입을 시작으로 인수 플랜을 예정대로 가동할 계획이다.

우선 산은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중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데 쓰인다. 이과정에서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바탕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투입한다.

산은이 인수 반대세력의 발목잡기를 뿌리치는 데 일단 성공했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먼저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성공 여부다. 산은이 한진칼을 통해 8,000억원 중 7,300억원을 투입하더라도, 통합에 필요한 자금(2조 5,000억원)의 약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은 70%를 채우는 데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는 지가 인수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자금 투입과 무관하게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해외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관문도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의 저가항공사(LCC)까지 합친 국내선 점유율은 60%를 웃돈다. 게다가 이번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두 항공사의 매출이 있는 외국에서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상황이 야기될 경우 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외에도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3자 주주연합의 변수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산은과 조 회장 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박은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양사의 중복 인력과 노선 등을 고려하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정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해 달라"며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또 3자 주주엽합이 이번 가처분 신청과 마찬가지로 인수 계획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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