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캐릭터의 탄생' 전종서 "기존에 없던 연기 선보이겠다"

입력
2020.11.30 17:28
수정
2020.11.30 17:4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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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 '콜'서?사이코패스 연기로 호평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한국영화계에서 오래도록 회자될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지난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릴러 영화 ‘콜’에서 전종서(26)가 연기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영숙이 그 주인공이다.

'콜'은 전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소통하며 악연을 맺게 된다는 내용의 스릴러. 2019년의 서연(박신혜)은 같은 집에서 살았던 1999년의 영숙에게 전화를 받고 과거를 바꾼 뒤 잔인한 대가를 치른다. 영화 공개 후 완성도에 대해선 평이 다소 엇갈리지만 전종서의 연기 하나만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고 있다. 영숙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가도 살벌한 욕설을 쏟아내며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로 변신한다.

‘콜’은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버닝’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데뷔한 전종서의 두 번째 출연작이다. 30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대해 “이충현 감독과 박신혜,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도움 덕에 내 안에 있던 걸 충분히 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단편영화 ‘몸값’을 보고 그를 존경하게 됐다는 전종서는 “시나리오가 아주 재미있었던 데다 이 감독의 연출작이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콜’은 영국영화 ‘더 콜러’(2011)를 각색한 작품으로 원래 극장에서 개봉하려다 코로나19 사태로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영화 '콜'의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영화 '콜'의 전종서. 넷플릭스 제공


영숙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자칫 비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의 확고한 캐릭터 구축이 이러한 변화를 납득시킨다. 그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영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연을 나쁜 애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뒤 영숙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타당성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를 감독과 상의한 뒤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관객들에게서 ‘차지다’는 평가를 듣는 난폭한 욕설과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대본을 잘게 잘라서 세밀하게 분석하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엔 감독님과 하루 종일 대본을 놓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그림을 맞추기도 했고요.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현장에선 그 느낌만 가지고 바로 뛰어들려 했어요. 영숙은 갑자기 확 돌변하는 인물이어서 극단적으로 바뀌는 시도가 많이 필요했죠. 그래서 많은 생각을 갖고 촬영에 임하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았어요."

전력을 다해 인물에 몰입하며 광기를 쏟아내다 보니 촬영 초기엔 고통의 시간도 보냈다고 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온몸이 불 같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나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영숙과의 '접신'에 적응하는 데는 2주 정도가 걸렸다.

그는 극 중 영숙이 좋아하는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듣거나 당시 인기 있었던 미국 가수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들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기괴한 이미지들을 찾아보며 머릿속까지 영숙의 것으로 만들려 애를 쓰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타지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을 찍었던 전종서는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배우로서 포부는 당차다. “계속 창의적이고 싶어요. 주어진 캐릭터에 나다운 무언가를 많이 넣어 새롭고 신선한 연기를 선보일 겁니다. 어떤 장르든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고 시도되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싶고, 누군가는 조심스러워했던 것들도 거침 없이 도전하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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