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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이 취향을 사고파는 번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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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다양한 중고거래 서비스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 그 중에 ‘번개장터’는 젊은 밀레니얼(MZ) 세대들이 취향을 사고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취향을 어떻게 사고 판다는 것인지 사명과 서비스명이 똑같은 신생기업(스타트업) 번개장터의 이재후(39) 대표를 만나봤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지난해 회원수 1,000만명,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매달 앱에 등록되는 상품만 무려 200만개에 이른다. 이 같은 성장에는 번개장터만의 독특한 취향 거래가 한 몫 했다. 이 대표는 번개장터가 취향을 사고 파는 곳으로 유명해진 이유를 이용자 구성에서 찾았다. “번개장터의 주 고객층은 MZ 세대에요. 35세 이하가 전체 이용자의 80%를 차지해요.”
MZ세대들은 원하는 취향 상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구하려고 번개장터 앱을 활용한다. 이들은 용도보다 취향을 얼마나 만족시켜 줄 수 있는지를 본다.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감성이 잘 맞고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지를 주목한다. 즉 감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상표의 패션, 취미용품들이 유독 번개장터에서 인기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운동화 ‘스니커즈’다. 스니커즈는 번개장터 전체 거래의 10%를 차지한다. 번개장터는 올해 스니커즈 거래규모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번개장터에서 스니커즈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희귀 아이템이 올라오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은 오히려 중고 가격이 더 비싸다. “20만원짜리 스니커즈 신발이 번개장터에서 30만, 40만원에 거래돼요. 희귀 아이템은 200만원까지 올라가죠.”
이 대표도 매달 번개장터 앱으로 스니커즈 운동화를 한 켤레 이상 사는 애호가다. “2월에 구입한 스니커즈는 50만원에 샀는데 지금 90만원까지 올랐어요.”
이에 번개장터는 지난 10월 아예 관련 커뮤니티 풋셀을 인수했다. 2004년 설립된 풋셀은 스니커즈 애호가 19만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 곳에 하루 2,000건에 이르는 상품이 등록됩니다. 앞으로 풋셀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왜 운동화를 제 값보다 두 세 배 이상 주고 살까. 여기서 이 대표가 정의한 MZ세대들의 ‘취향 소비’ 성향이 드러난다. 취향 소비는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를 말한다. “MZ세대들은 해외여행가서 고급 리조트에 묵으며 몇백만원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아요. 10억원이 있어도 고급 리조트 같은 집을 살 수는 없잖아요. 몇백만원을 들여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 있다면 비싼게 아니죠. 취향 소비는 그런 겁니다.”
그는 예전 직장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소비관이 확실하게 보이는 경험을 했다. “급여를 많이 받지 못하는 20대 후배들이 비싼 외제 중고차를 사는 것을 봤어요. 그때는 그들에게 돈을 모아서 집을 사라고 충고했죠. 그런데 후배들은 돈을 모아 서울서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원하는 외제차를 사고 보증금 낮은 집에 세 들어 사는 것이 더 좋다더군요. 결국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번개장터에서는 스니커즈 외에 다른 중고장터에서 보기 힘든 희한한 상품들이 자주 올라온다. “패션과 디지털 제품이 거래품목의 80%를 차지해요. 젊은 남성들의 경우 50만~100만원 사이의 스톤아일랜드라는 패션 브랜드 제품을 주로 거래합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 여성들은 ‘다꾸’ 용품을 사고 판다. 다꾸란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각종 스티커를 붙여 다이어리를 장식하는 다꾸가 유행이에요. 직접 만들거나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스티커 등을 번개장터 앱으로 사고 팔죠.”
아이돌 용품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의 싸인 음반, 응원봉, 각종 캐릭터 상품 등 소위 ‘덕질’을 위해 필요한 상품들이 인기품목 순위인 ‘번개 랭킹’에 끊임없이 올라온다.
최근에는 취향 소비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며 모터사이클이나 골프용품도 거래된다.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호가하는 할리데이비슨 같은 고급 모터사이클을 중고로 거래해요.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중장년층이 사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정용 게임기, 집꾸미기와 건강관리 용품 거래도 늘었다. “사람들이 집에 있다보니 게임기 거래 수요가 늘었어요. 건강관리 용품은 올해 1~8월 거래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집꾸미기 용품도 20% 이상 증가했죠. 거래방식도 비대면 거래를 선호해 택배거래를 많이 이용해요.”
덕분에 번개장터의 이용자당 1회 구매비용, 즉 객 단가가 올라갔다. “다른 중고 서비스보다 객 단가가 2,3배 높아요. 1회 객 단가가 10만원에 이릅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번개장터의 연간 거래액은 1조3,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번개장터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 미래에셋,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들은 상반기에 560억원을 투자했다. 누적 투자액은 약 1,500억원이다.
번개장터는 처음부터 MZ세대들을 겨냥해 편리한 스마트폰 서비스를 개발했다. 상품등록 절차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올리면 되도록 간단하게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올릴 수 있는 중고거래 앱은 처음이었어요.” 또 앱에서 간편하게 택배를 불러 물품 배송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거래물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 수 있도록 ‘번개톡’ 기능과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안심결제 기능인 ‘번개페이’ 서비스를 붙였다. 번개톡은 메신저에 익숙한 MZ세대들을 위해 개발한 채팅 상담 서비스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채팅으로 필요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다. 매달 개설되는 번개톡 대화방이 무려 400만개다. “MZ세대들은 친구들 간에도 전화하지 않고 메신저를 이용해요. 이들에게는 전화보다 메신저가 더 편한거죠.”
안심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는 중고장터에 사기행위가 많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구매자가 보낸 돈을 바로 판매자에게 주지 않고 일단 보관해요. 구매자가 물품을 받은 뒤 최종 구매 확인 버튼을 누르면 1,2일 뒤 돈을 구매자에게 전달하죠. 돈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중고거래의 최대 과제는 사기 행위 방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사기 중고거래 사례가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이 대표는 이를 막기위해 두 가지 기능을 강화했다.
7월부터 휴대폰으로 계정의 실질 소유자라는 본인 인증을 한 사람만 물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사기거래 패턴을 잡아내는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기거래는 특징이 있어요. 사기꾼들은 싸게 사서 빨리 받고 싶어하는 구매자의 심리를 악용하죠. 그래서 번개톡이 아닌 다른 대화수단으로 대화하려 하고 현금 입금 또는 외부 결제수단처럼 보이는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요.”
이런 특징이 보이면 모니터링 센터에서 바로 찾아내 사기거래 주의보를 발령한다. 현재는 사람과 AI 프로그램이 함께 모니터링 중인데 사기 행위 유형을 경고 시스템에 계속 축적시켜 개선하고 있다.
이처럼 신뢰를 쌓는 작업 덕분에 번개페이를 이용한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했다. 덕분에 구체적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결제수수료와 광고비 등을 통해 얻는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구매자에게서 받는 결제수수료는 번개페이 결제시 거래금액의 3.5%를 받는다. 광고비는 판매자들이 팔려는 상품을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 지불한다.
서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졸업 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3년 정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를 마친 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때 유통분야에 관심을 갖게 돼 커뮤니티 서비스인 빙글로 옮겨 성장총괄 이사를 지냈고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대표를 맡았다. 번개장터로 옮긴 것은 올해 초다.
쇼핑과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티몬에서 일할 때부터 중고거래에 관심이 많았다. “재미있는 쇼핑에 관심이 많아요. 틈날 때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패션용품도 눈여겨 보죠. 특히 쇼핑은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가 있죠. 이런 재미를 콘텐츠로 구현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것이 취향을 사고파는 중고거래로 연결된 거죠.”
요즘 이 대표가 주력하는 것은 AI를 이용한 취향 추천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업체 부스트를 지난해 인수했다. AI가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검색하거나 살펴본 제품, 거래품목 등을 분석해서 AI가 학습한 뒤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합니다. 덕분에 이용자들의 조회 숫자가 2배 이상 급증했어요.”
앞으로 이 대표는 이용자 층 확대를 위해 마케팅 활동과 인재 영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60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100명까지 늘어났다. 내년에도 채용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유튜브, 카카오 등에서 근무한 인재들을 최근 영입했어요. 이들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장기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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