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코로나 우울' 탓? 올해 8만명 알코올 의존증 치료 받았다

입력
2020.11.29 19:53
수정
2020.11.29 20:35
구독

20~30대 젊은 여성, 알코올 의존 계속 늘어

코로나19 유행으로 혼술이 늘면서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유행으로 혼술이 늘면서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혼술’하는 사람이 늘면서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엔 이로 인해 치료받는 사람이 8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알코올 의존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한 성분으로 뇌ㆍ신경ㆍ소화기 등 200여 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음주는 뇌의 중추신경계에 있는 보상 회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도파민 분비에 문제를 일으켜 중독(의존)을 일으킬 수 있기에 알코올 사용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음주 탓에 사회ㆍ건강 문제 심각

2018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8.5L로 2008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 7만명 이상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알코올 의존이 늘고 있다(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음주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 뺑소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잇따른 음주로 인한 사건ㆍ사고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8년 음주 운전 발생 건수는 21만7,148건, 음주로 인한 부상자는 3만2,952명, 사망자도 346명에 이른다. 같은 해 주취 폭행 발생 건수도 137만2,137건이었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이 밖에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1급 발암 물질인 알코올은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독성 발암물질(아세트알데하이드)을 만들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간암ㆍ구강인두암ㆍ후두암ㆍ식도암ㆍ대장암ㆍ직장암ㆍ유방암과 직접 관련이 있다. 암 이외에도 심혈관 질환ㆍ만성질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알코올은 뇌에 영향을 미쳐 의존(중독)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뇌의 중추신경계 보상회로를 교란해 도파민 분비 장애를 유발한다. 그리고 생각ㆍ판단ㆍ조절 능력을 담당하는 전전(前前)두엽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를 파괴하므로 스스로 음주 횟수와 양을 조절할 수 없는 중독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 중독은 약물ㆍ도박ㆍ게임 중독과 유사하게 뇌에 작용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고, 재발이 잦으며 장기적인 치료가 불가피한 뇌 질환이다.

이 같은 음주 폐해는 고스란히 사회ㆍ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음주는 9조4,524억원 상당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이는 흡연(7조1,258억원)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여성 알코올 의존증 늘어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여성의 고위험 음주는 2005년 3.4%에서 2018년 8.4%로 2.5배 늘었다. 고위험 음주란 주 2회 이상, 여성이 한 번에 5잔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다.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도 늘었다. 최근 전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성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7만4,915명 중 남성이 5만7,958명으로 여성의 3배 이상이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하지만 2015년~2019년 진료받은 환자 추이를 보면 여성은 2015년 1만5,279명에서 2019년 1만6,957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20~30대 비교적 젊은 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남성은 같은 기간 6만1,706명에서 5만7,95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우울감ㆍ불안 등 ‘코로나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늘어난 상황이다. 중독포럼에서 실시한 ‘코로나19 전후 음주,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도박, 음란물 등 중독성 행동 변화 긴급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 주 2~3회, 주 4회 이상 평소 음주 횟수가 많았던 집단은 코로나 이후 음주가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10.8%, 10.1% 늘어 다른 집단보다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자주 음주하던 사람이 이후에 더 자주 마시게 되고 알코올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상규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체 알코올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20~30대 여성의 경우 사회경제적 활동 참여 증가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 증가 등으로 인해 음주 문제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음주로 인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김에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거나, 음주량이 늘거나, 같은 양으로 만족감이 줄어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