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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망고문

입력
2020.1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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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기에→연내에→여건이 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이 거론될 때마다 따라 붙은 꼬리표다. 방한 시점을 놓고 계속 오락가락했다. 그마저도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에 다녀가면서 부질없는 논란이 됐다. 되레 “코로나가 통제돼야”라는 훈계를 들었다. 3차 유행이 한창인데 김칫국부터 들이킨 셈이다.

청와대가 시 주석 방한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오사카에서 만난 한중 정상은 조기 방한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담 직전 시 주석이 평양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국을 애태우던 때다. 넉 달 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을 겪은 터라 ‘중국 역할론’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을 찾았다. 이후 6년 넘게 흘렀다. ‘전략적 협력동반자’라기엔 멋쩍은 관계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은 중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차례 가량 전화통화하고 서신을 주고받았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다.

한국은 입버릇처럼 ‘조기’ 방한을 읊었다. 차라리 “때가 되면 온다”고 겸손하게 접근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특히 방한 ‘성사’에 공을 들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도 한국이 아쉬울 텐데 마치 귀빈을 ‘모시는’ 것으로 비쳤다. 왕 부장이 광화문과 여의도를 누비며 쏟아진 러브 콜을 만끽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상외교는 꼬인 실타래를 단번에 끊을 수 있는 보검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기ㆍ승ㆍ전ㆍ방한’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중국은 한때 하늘 길을 끊었고 여전히 입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장단 맞출 때가 아니다. “한국전쟁은 내전”이라는 궤변을 들으면서 “한반도의 주인은 남북한”이라는 공치사에 우쭐하는 건 볼썽사납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시 주석 방한은 상수(常數)”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찾아보긴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인데도 꿰지 못하는 격이다. 외교는 상대적이라지만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다. 한중 양국 최대 이벤트를 갈망하는 희망고문으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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