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사와 AI에게 베토벤의 의미는?

입력
2020.11.27 15:12
수정
2020.11.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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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경기센터 음악극 '그래야만 한다'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예술단 연습실에서 배우 서지우(가운데 왼쪽), 황성연(오른쪽)씨와 악기 연주자들이 다음달 5일 열리는 음악극 '그래야만 한다'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예술단 연습실에서 배우 서지우(가운데 왼쪽), 황성연(오른쪽)씨와 악기 연주자들이 다음달 5일 열리는 음악극 '그래야만 한다'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혁신적인 음악가를 기리는 방식도 혁신적이어야 한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을 추모하는 공연 가운데 '음악극'은 이런 관점에 부합하는 장르다. 베토벤이 그의 작품에 숱하게 남겼던, 정형화된 형식의 파괴가 주는 긴장감이 매력적이다.

27일 경기아트센터에 따르면 다음달 5일 오후 4시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이라는 제목의 베토벤 음악극이 열린다. 공연 이름은 베토벤 최후의 작품으로 알려진 현악사중주 16번의 악보에 쓰여 있던 자필 문구다. 200년이 지나도록 이 메시지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베토벤을 기리는 후대의 음악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론할 따름이다.

경기센터가 택한 해석법은 '음악극'이다. 문자 그대로 음악과 극이 결합된 복합장르인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다. 무엇을 음악극으로 봐야할지 정의조차 마땅치 않다. 이번에 경기센터가 올리는 음악극에는 배우 2명(황성연, 서지우)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속 정하나 악장 등 주요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배우와 악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얼핏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성악을 전공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며 극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오페라와 달리 음악극은 배우의 대사와 연기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극에 가깝다.



특히 이번 음악극은 현대적인 구성과 연출이 눈에 띈다. 베토벤을 키워드로 8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결합돼 있다. 1977년 미국 휴스턴 우주선 발사대에서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베토벤의 어떤 작품을 고를지 고민하는 승무원이나, 베토벤 탄생 300주년을 맞은 2070년 인류가 멸종한 지구의 주인공이 된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베토벤의 여러 얼굴을 고찰한다. 베토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여정을 따라가지만, 통시적인 전개는 아니다. 음악극에 참여한 허명현 크리레이티브 디렉터는 "신격화된 대상으로서 단일한 이미지의 베토벤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베토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8색의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주되는 베토벤의 작품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극의 핵심 주제인 현악사중주 16번은 물론, 가곡 '아델라이데' 관현악곡 '웰링턴의 승리' 등 평소 들어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 대거 출전한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연주자 구성도 방역에 최적화된 소규모 실내악 형태다. 정진세 연출가는 "코로나19로 인해 한 호흡 천천히 살아야 하는 시대에서 지금까지 베토벤 음악은 어떻게 들려왔는지 점검하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예술단원들의 창작 활동과 새로운 장르 개발을 지원하는 경기센터 '스테이지 어울여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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