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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오염수 방류, '식품 안전성' 확보 노력에 찬물

입력
2020.1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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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후쿠시마현 풍평피해 명확한 대책 없어
방사능 검사 확인 후 출하... 우려 시선은 여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들이 늘어서 있다.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들이 늘어서 있다.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풍평피해(소문에 의한 피해)다. 2011년 3월 원전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 피해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결정될 경우 어민들을 중심으로 다수 주민들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이미지가 직격탄을 맞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풍평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결정 여부만 눈치 보는 후쿠시마현

지난달 30일 오전 방문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에 위치한 수산물 상가 이와키라라뮤 내 수산물 소매상점들. 이와키=김회경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전 방문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에 위치한 수산물 상가 이와키라라뮤 내 수산물 소매상점들. 이와키=김회경 특파원


지난달 29일 후쿠시마현청을 방문했을 당시 오염수 처분 방식 결정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묻자, 미즈구치 마사후미(水口昌郁) 후쿠시마현청 원자력안전대책 주간은 "정부 (오염수 처분) 방침이 정해진 후 구체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는 사실상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을 두고 지역 내 강한 반대 여론에 대해선 "원전 주변의 오쿠마초와 후타바초에선 오염수 저장탱크를 빨리 처분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며 "주민들 간 입장 조율도 정부 방침이 정해진 후 논의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는 물론 원전과 가까운 오쿠마·후타바초 지역 주민들은 원전 사고를 상징하듯이 흉물처럼 늘어서 있는 1,000여개의 오염수 저장탱크가 지역 부흥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평피해(대책)"라며 "지역의 농림수산업과 관광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오염수 처분 방식에 대해선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현 정부가 방침을 발표한 다음에 현 차원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중앙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 등의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

"검사 후 안전성 확인된 농수산품만 판매"

지난달 29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후쿠시마현농업종합센터에서 한 분석요원이 현내에서 채취한 농수산품을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고리야마=김회경 특파원

지난달 29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후쿠시마현농업종합센터에서 한 분석요원이 현내에서 채취한 농수산품을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고리야마=김회경 특파원


정부의 방침과 별개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고리야마시에 있는 후쿠시마현농업종합센터는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현에서 출하되는 농수산물을 대상으로 샘플 검사를 실시한다.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 11대를 도입해 지역에서 생산된 곡류·야채·과일·어패류·축산품 등 314개 품목을 검사하고 있다. 출하 전 검사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인 농수산물만 일반에 판매된다.

센터 측에 따르면, 2011년 3월 이후 올해 8월말까지 총 23만9,701건의 검사를 실시했다. 이 중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1㎏당 100베크렐)를 초과한 사례는 하천·호수에서 채취한 어류 4건이었다. 쌀과 바다에서 수확한 어패류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구사노 겐지(草野憲二) 안전농업추진부장은 "아직도 야생 버섯이나 산나물 등에 대한 출하 규제가 남아 있는 한 안전성 검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 후 피난지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의 경우 귀환한 주민들이 향후 생산하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피난지시구역은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후쿠시마현 면적의 약 12%에 해당됐으나 현재는 2.4%로 줄어들었다.

사고 전 수준으로 회복 못한 농수산업

그린피스 재팬 소속 방사능 전문가들이 지난 2017년 9월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토양을 채취하고 있다. 후쿠시마=그린피스 재팬 제공

그린피스 재팬 소속 방사능 전문가들이 지난 2017년 9월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토양을 채취하고 있다. 후쿠시마=그린피스 재팬 제공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은 그간 방사능에 노출된 지표면을 5~10㎝ 정도 긁어내고 새 토양으로 덮는 방식으로 제염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때 발생한 폐기물은 검은 비닐 자루에 담겨 현 내 곳곳의 임시 보관소에 쌓아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일본 지역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가 상륙했을 당시 내린 폭우로 제염 폐기물이 일부 유실됐고 수량조차 파악되지 않는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같은 폭우 때마다 제염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 산과 계곡의 토사가 민가가 있는 마을로 흘러 내려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일본에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출하량과 판매 가격이 각각 원전 사고 이전과 일본 전국 평균에 비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주요 농산물인 쌀(60㎏)은 전국 평균 가격이 1만5,686엔(약 16만6,000원)인 반면 후쿠시마산은 1만5,268엔(약 16만2,000원)이고, 복숭아(1㎏)는 전국 평균이 622엔(약 6,600원)이지만 후쿠시마산은 503엔(약 5,300원)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아직까지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구사노 부장은 이에 대해 "후쿠시마현에서는 안전성이 확인된 농수산물만 출하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보다 검사 빈도가 높다"며 "이 같은 검사 결과를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우려를 불식할 때까지 검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사노 부장은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내보내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오염수에 포함된 트리튬(삼중수소)의 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 할 것"이라며 "(방류가 실행되면) 실제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고리야마=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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