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검 소환한 박민우 “기획부터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다”

입력
2020.11.27 1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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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민우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NC 박민우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NC의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에서 모기업 대표 게임 리니지의 상징적인 무기 ‘집행검’을 현실 세계로 소환한 기획자 박민우(27ㆍNC)는 “아이디어를 낼 때부터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NC는 지난 24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꺾고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 후 NC 선수단은 구단이 준비한 기념품 앞에 모였고, NC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림막을 걷어내자 모형 집행검이 나타났다. 이 검은 주장 양의지가 꺼내 하늘을 찌르듯 높게 치켜올렸다.

NC의 세리머니는 국내뿐만 아니라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선수들이 마치 비디오게임에서 마지막 상대를 물리치고 검을 빼앗는 장면 같았다”고 전했다. 또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트로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행검 세리머니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박민우는 27일 본보와 통화에서 “요즘 NC의 세리머니가 엄청 이슈인데, 어느정도 예상했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다른 종목에서는 세리머니를 하더라도 며칠 지나면 곧 잊혀지더라"라며 "그래서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으면서도 NC를 표현할 수 있고 NC만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고민했고 결국 '집행검'이 최고의 세리머니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앞둔 순간부터 세리머니를 생각했다는 박민우는 “집행검을 마지막 우승 순간에 사용할지, 시리즈 내내 더그아웃에 전시할지를 두고 구단과 상의했지만 제작 시간이 걸려 우승하면 사용하는 걸로 결정했다”며 “이 내용은 선수단에서 (양)의지 형과 나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물은 나도 세리머니 때 처음 봤다”고 말했다.

NC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게임 리니지의 진명황의 집행검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뉴스1

NC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게임 리니지의 진명황의 집행검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뉴스1

박민우의 존재감은 참신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도 빛났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몸살 기운으로 컨디션이 뚝 떨어져 고생했지만 우승을 확정 짓는 6차전에서는 펄펄 날았다. 0-0으로 맞선 4회초 2사 2ㆍ3루에서 두산 허경민의 깊숙한 타구를 미끄러지면서 잡아내 1루에서 아웃시켰고, 타석에서는 2-0으로 앞선 6회말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민우는 “개인적으로는 3차전 홈에서 슬라이딩으로 득점할 때 가장 짜릿했지만 그날 팀이 지는 바람에 혼자만의 느낌으로만 끝났다"면서 "스스로 제일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허경민의 타구를 잘 잡아 실점 없이 막고 이후 팀이 선취점을 내는 데 도움이 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에 대해선 “다리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드러눕게 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선수단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고생을 보상 받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더 뭉클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많은 편이라 눈물이 나오더라"라며 "의지 형도 현장에서 울었지만 울지 않은 선수들도 속으로는 다 눈물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우승 후에는 팬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장문의 감사 인사도 전했다. 세리머니로 모기업의 위상까지 드높인 박민우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NC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박민우 역시 구단과 팬들을 향해서는 ‘일편단심’이다. 그는 “창단 멤버로서 팀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가고 있다보니 남다른 애정이 있다. 팬들 역시 제게 특별한 사랑을 보내주신다"라며 “욕심 같아선 영구결번까지 하고 싶은데, 그건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다.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면서 웃었다.

아직도 몸살 기운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박민우는 “당분간 야구 할 일도 없다보니 아파도 마음은 편하다"면서 "아직도 우승 하던 순간을 계속 떠올린다. 이 느낌에서 깨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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