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생존전략, '피보팅하라'

입력
2020.11.28 10:00
23면

편집자주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돈을 쓸까?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방향을 예측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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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될 때마다 시장도 함께 요동친다. 테이크아웃 손님만 받아야하는 카페는 연일 개점휴업 상태다. 식당, 극장, 운동시설 등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변경할 때마다 썰물처럼 손님이 빠져나갔다.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다.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기다. 위기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이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코로나19의 시대에 개인, 기업, 정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혁신의 방향성을 '피보팅'이라고 제안한다. 5년 후, 10년 후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기초로 한 기존 혁신과 달리, 모호하고 불확실한 위기 상황 아래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즉각적 혁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피봇(pivot)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라는 뜻이다. 주로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농구나 핸드볼에서 한 쪽 다리는 땅에 붙여 축으로 고정하고, 다른 쪽 다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의미한다.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피보팅이란 단어를 일종의 성공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교적 몸집이 가벼운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자사가 보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한국의 배달의 민족, 스노우카메라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회사들이 성공적인 피보팅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 스타트업 용어가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극심한 타격을 받은 업종은 피보팅의 성공 여부에 기업 생존이 달려 있다. 예컨대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 세계 항공업계가 줄줄이 최악의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는 여객선을 화물운송기로 개조하는 피보팅 전략을 선보인다. 착륙하지 않고 하늘을 비행하다가 돌아오는 '체험비행' 프로그램도 일종의 피보팅 사례다.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도 숙박을 위해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피보팅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내어주는 '오피스룸으로', 각종 운동시설이 설치된 '헬스장'으로, 장난감과 아동용품이 가득한 '키즈 카페'로 객실을 피보팅하며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

피보팅을 신규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침구류, 타월, 가운 등을 상품화해 이를 단독으로 판매하며 홈스타일링 시장에 진출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호텔 내 유명 식당에서는 도시락 사업을 확장해 근처 사무실에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도 인상적이다. 한시적으로나마 내국인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면세점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축적한다. 국내 PC방 역시 객장 내 매출이 감소하자 매장에서 판매하던 각종 음식을 배달대행업체와 제휴해 배달하는 ‘배달음식전문점’으로 피보팅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무사히 극복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확실한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고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진화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거침없이 피보팅’하라.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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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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