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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솎아내기 시나리오 짜논 듯" "검사출신 많은 野 격분"

입력
2020.11.28 11:00
10면

추미애-윤석열 충돌, 정치권 파장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관련 여야반응. 강준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관련 여야반응. 강준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직무배제’ 조치를 취했다. 추 장관이 취임한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갈등이 벼랑 끝까지 갔다는 평가다. 윤 총장을 비롯한 일부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검란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정치인 출신 추 장관과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 총장 간 갈등이라는 점에서 이번 초유의 사태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사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총대를 메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퇴진 뿐 아니라 형사고발 등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면 압박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총장과 사실상 ‘원팀’이 돼 여권에 맞서고 있다. 정국 반전의 변곡적으로 삼을 태세다. 정치권으로 번진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극한 대결의 속내와 향후 전망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보 정치부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지켜보는 민주당 분위기는 어떤가요.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또 직무정지를 발표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윤 총장의 '판사 사찰' 혐의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입니다. 특히 윤 총장을 고깝게 보았던 민주당 지지층도 "올게 왔다"는 생각에서 엄청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볼빨간 사십대(사십대)=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직무배제 조치까지 취할 지 예상 못했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놀랐다” “추 장관이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 의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응당 그래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대체적이죠. 이미 여권과 검찰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 쪽이 무릎을 꿇어야 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낙연 당 대표가 추 장관의 발표 1시간 55분만에 윤 총장을 향해 “윤 총장 스스로 거취 정리하라”고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한 게 대표적이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지 사흘이 지난 27일 오전 추 법무부장관(사진 왼쪽)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윤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세워둔 입간판 모습 이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지 사흘이 지난 27일 오전 추 법무부장관(사진 왼쪽)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윤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세워둔 입간판 모습 이다. 뉴시스


돌아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청정수= 물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국정운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존재합니다. 검찰개혁의 본질이 가려지고, 중도층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살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실제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쓰레기 악취 나는 싸움. 너무 지긋지긋하다"며 동반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재선의 조응천 의원도 25일 페이스북에 "과연 이 모든 게 검찰개혁에 부합되는 것이냐"고 반문했죠.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공정경제3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다른 입법과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습도 감지됩니다.

돌아봐=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힘도 정치적 측면에서 반색하는 분위기 같은데 어떤가요.

소통관 펀쿨섹좌(펀쿨섹좌)=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이 믿을 언덕은 '국민 여론'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나 라임·옵티머스 사태에도 여권 지지율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 25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6.3%로, '잘한 일'이라는 답변(38.8%)을 크게 앞서기도 했어요.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대로 '윤석열 국정조사'든 '추미애 국정조사'든 판이 벌어지기만 하면 이 사안을 국민들 앞에 내보이면서 '야당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선 듯 합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 독립성이 사실상 보장돼 왔던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라니, ‘추미애가 갈 데까지 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죠. 그래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 국면에서도 윤 총장과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당 분위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죠. 추 장관이 이렇게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입니다. 특히나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시절 채동욱 전 총장 찍어내기를 맹렬하게 비난했던 만큼 ‘내로남불’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성원(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왼쪽) 원내부대표,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성원(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왼쪽) 원내부대표,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봐= 문 대통령의 '내로남불'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은 어떤 방식으로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취하고 있나요.

펀쿨섹좌= 26일 비대위회의가 열렸던 국민의힘 회의실에선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는 발언이 흘러나왔죠. 뿐만 아니라 백드롭(뒷걸개)에는 2013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대해 쓴 "결국...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트위터 글을 내걸기도 했어요. 이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른바 '문적문(현재 문재인의 적은 과거 문재인)'의 전략으로 정권의 이중적 태도를 부각하기 위한 모습으로 보여져요. 특히 이 자리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 시국 상황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상황 판단이 너무나 절망스럽다"며 "헌정 초유 사태인 총장의 직무 배제, 추 장관의 활극에 대해 일언반구 말씀도 없으시다"며 꼬집기도 했어요.

돌아봐= 하지만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죠.

마음은콩밭에= 문 대통령의 침묵에 대한 청와대 설명은 이렇습니다. “윤 총장 징계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말하라는 것인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실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이고, 윤 총장이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한 만큼 법원의 판단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문 대통령의 ‘말’은 굳이 ‘가이드 라인’이 아니라도 다양한 방식일 수 있거든요. 원론적이긴 하지만 “진상을 파악한 뒤 말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요.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원하는 건 어쩌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역할이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거나, 갈등과 분열을 막지 못해 송구하다는 ‘책임자’로서의 자세를 원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임명한 이들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돌아봐=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나요.

청정수= 직무배제 조치 이후 법적 대응으로 윤 총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추 장관을 정리하면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게 여권의 판단입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도 사실상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청와대나 여당이 발을 빼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윤 총장 거취를 어느 선까지 정리해야 하느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사법처리 얘기를 두고도 어떤 그림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십대= 실제 민주당은 현재 ‘개헌만 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국회 의석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 장관이 불도저 식으로 윤 총장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치밀하게 ‘윤석열 솎아내기 시나리오’를 짜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권은 이른바 검찰의 ‘판사 사찰’이 여론을 자극할 가장 민감한 소재로 상정하고 이슈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민주당 내부에서는 “연말까지 가기 전에 윤 총장 정국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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