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과 한국판 뉴딜

입력
2020.11.27 04:30

©게티이미지뱅크


역사상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1년 가까운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사회경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잘 갖춰진 통신 인프라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통신 환경이 처음부터 세계적 수준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국가로 평가받지만 1980년대 우리의 통신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걸음마 단계였다. 상황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1995년, 당시 역사상 최대 예산이 투입된 초고속정보통신망 마스터플랜 수립이었다.

야심차게 정보통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지만, 계획 수립 2년 후 터진 IMF 사태 때문에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은 좌초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난 극복을 위한 돌파구가 IT 산업에 있다 보고, 온 힘을 모아 사업을 추진했다. ETRI 등 국책연구원들을 적극 지원했고, 한국전력, 송유관공사, 도로공사 등의 인프라 공사 시 통신망 설치 공사를 병행하여 소요 예산을 최소화하였다. 기업들도 정부의 노력에 화답해 과감한 투자를 시행했다.

IMF 국난 속에 추진된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은 대한민국을 재탄생시켰다. 국가 부도 상황을 극복하며 동시에 제조업에서 정보통신 산업으로 주 성장 동력까지 교체한 우리의 역사는 대공황 극복과 함께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주력 산업을 변신시킨 미국 뉴딜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는 흘러 다시 코로나 사태를 맞이한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위기 극복 해법으로 내놓았다. 디지털 뉴딜을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린 뉴딜을 통한 넷 제로 사회 실현 등 적시에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 비전이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 추진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무엇일까? 뒤돌아보면 IMF 당시 국가 지원에 힘입은 IT 산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는 제자리를 되찾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국난 극복 이후에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국난의 고통은 함께 견뎌냈지만, 보상은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국난 극복의 역사를 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사업의 성과가 또다시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고용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이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세금을 통해 구축되는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베이스는 공공재로 활용 되도록 정부의 역할을 늘려, DNA 산업 성장의 성과가 생산자와 소비자에 고루 미치도록 해야 한다. 함께 고통을 감내하며 코로나 사태를 이겨낸 뒤, 또다시 뉴딜의 과실을 공정히 나누지 못한다면 현재 국민을 나눈 사회 갈등은 더 큰 파도가 되어 대한민국을 덮쳐올 것이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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