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강경화 회담 24분 지각...美 장관 늦었다고 면박 주더니

입력
2020.11.26 12: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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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약 24분 지각했다. "차가 밀려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숙소에서 늦게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예정돼 있었다. 왕 부장은 10시 20분이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왜 늦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왕 부장은 "트래픽"(traffic·교통 상황)이라고 짧게 답한 뒤, 엘리베이터에 곧바로 탑승했다.

회담 20분 전 "늦을 것 같다" 양해했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5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과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뉴스1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5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과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뉴스1


25일 입국한 왕 부장의 숙소는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26일 10시5분쯤 호텔을 떠나 외교부로 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전 9시 40분쯤 왕 부장이 다소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해왔다"고 전했다. 교통 상황 때문에 늦었다는 왕 부장의 설명과는 달리, 숙소에서 이미 일정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교 무대에서의 '지각'은 때때로 신경전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왕 부장은 회담장에 늦은 미국 장관 면전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8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왕 부장은 존 케리 당시 미 국무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약속 시간을 30분 넘겨 회담장에 도착한 케리 장관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왕 부장은 엄중한 목소리로 "미안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30분 넘게 당신을 기다렸다"며 얼굴을 구겼다.

지각한 미 국무부 장관에게 쓴 소리를 왕 부장이 이번엔 강 장관과의 회담에 늦는 '내로남불 결례'를 저지른 모양새가 된 것이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자신의 지각과 관련, 별도의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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