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줄 꽂아야 했던 '배뇨 장애' 치료 길 열리나

입력
2020.11.23 09:15
수정
2020.11.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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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ㆍ고려대 공동 연구팀 동물실험서 성공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화장실을 자주 찾아야 하는 배뇨근 저활동성 배뇨 장애 치료길이 열리게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화장실을 자주 찾아야 하는 배뇨근 저활동성 배뇨 장애 치료길이 열리게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광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배뇨 장애 환자에게 치료 길이 열리기 됐다.

배뇨근 저활동성 배뇨 장애는 소변 배출을 돕는 방광 근육이 제 기능을 못해 방광을 말끔히 비워내기 어려운 경우다. 소변 줄기가 약하고, 소변을 보더라도 잔뇨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소변줄 삽입에 따른 고통은 물론 이로 인한 요로손상과 요로감염 등 합병증 발병 위험까지 떠안아야 해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배뇨 장애를 겪더라도 현재는 수술 같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약물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 소변줄을 직접 꽂아 방광에 남은 소변을 빼내야 한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박은경 의공학연구센터 박사와 황석원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생체 삽입형 전자 소자를 방광에 입혀 배뇨근 저활동성 배뇨 장애를 치료하는 새 치료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서즈(Science Advances)’ 최근호에 실렸다.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에 광반응 유전자를 실어 방광에 안착시킨 다음, 방광 둘레를 따라 삽입한 전자실에서 빛을 쏘면 방광 근육이 수축해 소변 배출을 도울 수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동물실험 모델에 적용한 모습.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에 광반응 유전자를 실어 방광에 안착시킨 다음, 방광 둘레를 따라 삽입한 전자실에서 빛을 쏘면 방광 근육이 수축해 소변 배출을 도울 수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동물실험 모델에 적용한 모습.


연구팀은 병원성을 제거한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에 광반응 유전자를 실어 방광에 안착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내는 기법을 고안했다.

해당 유전자는 적절한 빛 자극을 통해 방광 근육 수축을 돕도록 설계됐다. 방광의 배뇨근에 대한 광유전자 치료기법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은경 박사는 “방광의 배뇨근에만 광반응 유전자를 발현을 시키는 기술을 확보해 다른 조직에는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만큼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를 매개로 방광에 자리잡은 광반응 유전자는 푸른 빛을 받으면 근육 수축을 촉진한다. 다른 장기나 근육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방광에 빛을 쏘아줄 생체 삽입형 전자 소자도 별도로 개발했다. 머리띠 모양을 한 전자 소자는 신축성이 좋아 방광 둘레를 따라 설치 가능하다. 방광 표면이 미끄러운 만큼, 전자 소자를 고정하기 위해 고안된 그물망에 엮어 방광을 감싸도록 했다.

소변이 차 방광 부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전자 소자에서 빛이 켜지고, 소변 배출 이후 방광이 줄어들면 다시 꺼지는 식으로 방광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한다.

황석원 교수는 “방광은 다른 장기와 달리 부피가 변화를 반복하므로 신축력이 있는 유연 소재로 방광 표면에서 실시간 광자극 및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생체 삽입형 소자와 재료를 개발한 것이 큰 성과”라며 “방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 대한 응용 연구에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교수는 “배뇨장애 질환의 경우 환자의 삶의 질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우울증 등을 동반함으로써 사회적 비용도 큰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에서도 난치성 배뇨장애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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