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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희석"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얼마나 흘려보낼지 제한 없다

입력
2020.11.23 22:00
수정
2020.12.07 20:4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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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발표시 실제 방류 2022년 가을쯤 시작
추가 정화·희석한다지만 총량 제한 등 없어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세워진 오염수 저장탱크가 줄지어 있다. 후쿠시마=EPA 제공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세워진 오염수 저장탱크가 줄지어 있다. 후쿠시마=EPA 제공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일본 정부는 조만간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주한 일본대사관이 한국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연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면서 이미 주변국 설득에 나선 모양새다. 결정이 발표된다면 원자력규제위원회 허가와 도쿄전력의 방류시설 건설 등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실제 방류는 2022년 가을쯤 시작된다.

일본이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에도 하루 140톤씩 발생하는 오염수(지난달 기준 총 123만톤)를 보관하는 저장 탱크가 2022년 포화(137만톤)에 이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등은 원전이나 주변 부지에 저장탱크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내 부지에는 폐로 작업에서 꺼낸 핵연료 보관 시설을 지어야 하고, 원전 밖에 증설하려면 부지 확보와 주민의 동의를 얻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어떠한 피해를 가져올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더라도 트리튬(삼중수소)을 완전히 걸러낼 수 없다. 지난 6월에는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중 70%에서 트리튬뿐 아니라 세슘, 스트론튬-90, 요오드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한 번 더 정화한 다음 바닷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낮춰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리튬의 경우 국제 기준치(1L당 6만베크렐)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트리튬이 포함된 원전 배출수를 바다에 흘려 보내고 있다고 거론한다.

그러나 일반 원전과 노심용융(Meltdown) 사고로 핵연료에 닿은 후쿠시마 원전의 배출수를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방류하는 오염수 농도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총량 규제가 없기 때문에 30년 이상 바다로 흘려보낸다면 주변 해역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이를 섭취할 경우 인체 내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지를 배경으로 해양 방류를 밀어붙일 태세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해 "해양 방류는 다른 곳에서도 실시되고 있어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라며 "오염수를 희석하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감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2013년 이후 이달까지 총 10회에 걸쳐 IAEA에 오염수 관련한 조사를 요청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명분 쌓기용으로 풀이된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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