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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항 이름이 노무현·문재인?…한국판 JFK·드골공항 나오나

입력
2020.1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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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동남권 신공항 논쟁에 정치인 이름 쏟아내?
안철수·조국 '노무현 공항' 설전으로 촉발
야권 "문재인·오거돈 공항으로 하지 그러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만들어 질 경우 이름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고 하자며 박희성 화백의 가상도 작품을 공유했다. 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만들어 질 경우 이름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고 하자며 박희성 화백의 가상도 작품을 공유했다. 조국 페이스북 캡처

'경남 출신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노무현·문재인 국제공항'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느닷없이 신공항 이름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해외처럼 신공항에 정치인 이름을 붙여 부르자는 것입니다.

실제 해외에선 각국을 대표하는 인기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공항들이 존재하는데요. 미국뉴욕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JFK(존 F 케네디) 공항이, 프랑스 파리에는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샤를 드골 국제공항, 캐나다에는 현직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이름을 딴 몬트리올 엘리오트 트뤼도 국제공항이 있습니다.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공항 이름 논쟁

부산시가 가덕도에 추진하려는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가덕도에 추진하려는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동남권 신공항 지역으로 부산 가덕도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의 전·현직 대통령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고향은 각각 경남 김해, 경남 거제입니다.

공항 이름 논쟁은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치 공방이 있는데요. 야당은 여당이 내년 4월에 있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의식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야당 출신 대통령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걸 바로 잡은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당은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이는 게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신공항 명칭 설전에 불을 붙인 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안 대표는 앞서 19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증위 발표가 나자마자 여당에선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고 '노무현 공항'이란 명칭까지 흘리고 있다"며 "민주당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고 부산·울산·경남을 내편으로 만들어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이기고 내후년 대선판까지 흔들어 보려고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노무현 공항 흘리는 與", 조국 "그 비난 기꺼이 수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라온제나호텔에서 현안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라온제나호텔에서 현안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안 대표가 여당을 비판하는 데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자 여권은 즉각 되받아쳤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같은 날 안 대표의 발언을 받아 "이런 비난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신공항 이름을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Roh Moo Hyun International Airport)'으로 하자고 제안했죠.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튿날인 20일에는 페이스북에 "박희성 화백의 상상도"라며 노무현 가덕도 국제공항과 영문 공항명이 적힌 조감도를 올리며 노무현 공항 여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안 대표 발언으로 촉발됐지만, 조 전 장관이 노무현 공항에 힘을 싣는 것은 동남권 신공항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덕도 신공항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라며 가덕도 신공항과 노 전 대통령을 연결짓기도 했습니다.

진중권 "문 대통령 선물 아니냐, 괜히 노무현을 언급하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조 전 장관의 여론전에 야권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즉각 반격에 나서며 차라리 '문재인 공항', '오거돈 공항'이라고 하자며 조 전 장관을 비꼬았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은 보궐선거 때문에 공항을 짓는 것에는 반대했을 것"이라며 "그냥 문재인 공항이라고 하세요"라고 꼬집습니다. 그러면서 "문통(문재인 대통령) 각하의 선물이니까. 선물값은 우리가 치러야 하지만 왜 괜히 노무현을 (거론하느냐)"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진 교수의 게시글에 "공항을 짓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며 "가덕도 신공항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오거돈 공항"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로 보궐선거가 생겼고, 여당이 이에 맞춰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이죠.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보궐선거가 생겼고 그 선거용으로 가덕도를 살려내는 것"이라며 "이름을 붙일거면 오거돈 국제공항을 적극 고려해 보자"고 조롱했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친여권 성향 인사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굳이 정치인의 이름을 붙인다면 '김대중 국제공항'에 한 표를 던지겠다"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인 김 전 대통령은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적었습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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