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잡았다는데...中, 백신 부족에 ‘광견병’ 비상

입력
2020.11.22 10:00
하얼빈시, 광견병 백신 접종 7만명 육박
수급 차질..."동물  접종 먼저" 대책 촉구
반려견 산책하면 '도살'... 땜질 처방 난무

중국 상하이에서 반려견이 유모차를 타고 주인과 도심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광견병' 백신 부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반려견 산책을 금지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둔 중국의 자신감이 후진국형 질병인 광견병에 상처를 입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 광견병 백신을 맞은 주민은 7만명에 육박했다. 2015년 1만4,000명에 비해 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백신을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접종’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 안후이성, 산시성, 허베이성, 윈난성 등 중국 곳곳에서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광견병은 치사율이 거의 100%나 다름없다. 중국에서 2018년 422건이 발병해 410명이, 지난해에는 290건 가운데 276명이 숨졌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병에 노출된 즉시 백신을 맞는 것이 최선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하얼빈의 경우 반려견이 2012년 10만마리를 넘어섰다. 현재 당국에 등록된 규모는 5만마리에 달한다.

중국이 원래부터 백신 공급에 애를 먹은 것은 아니다. 2014~2018년 연간 6,000만~8,000만개의 광견병 백신을 생산했다. 백신 접종자는 매년 1,500만명 가량이다. 통상 3~5회 접종하는 것에 비춰 백신 자체가 모자라진 않았다. 2017년 중국 광견병 백신 시장규모는 50억위안(약 8,400억원)으로 불었다.

중국 베이징 시노백 본사에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놓여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하지만 2018년 가짜 광견병 백신 파동을 겪으면서 엇박자가 났다. 국가기관의 검사를 거쳐 판매하도록 규정을 강화하자 백신 업체가 9개로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백신 생산량이 6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방역 통제로 유통에 차질을 빚어 광견병 유행기인 6~8월이 지나도록 각 지역에서 물량 확보에 애를 태웠다.

궁여지책으로 접종 수요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쏟아졌다. 윈난성 웨이신현은 반려견과 산책하다 3차례 적발되면 ‘도살’한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비난에 철회했고 하얼빈시는 어깨 넓이 55㎝, 몸길이 75㎝를 초과하는 대형견 사육을 금지했다. 후베이성 황스시는 이 기준이 45㎝로 더 엄격하다. 산둥성 칭다오시에서는 가구당 반려견을 한 마리만 기를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땜질 처방이 아닌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동물 접종비용은 평균 4달러(약 4,460원)인 반면, 물린 사람을 치료하는데 27배가 많은 108달러(약 12만원)가 들어 훨씬 저렴하다. 중국 동물 접종률은 40%를 밑돌아 글로벌 광견병 퇴치 기준인 70%에 한참 못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광견병 위험 없는 43개 국가를 선정하면서 중국은 제외했다. “돈도 있고 기술도 있고 백신도 있는데 광견병을 뿌리뽑지 못한 유일한 나라다.” 중국의 씁쓸한 푸념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특파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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