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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쿠나 성착취 의혹' 방심위 적발 0건…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벗방'

입력
2020.11.17 17:02
수정
2020.11.17 19: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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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라이브의 한 '콜팅방'에 교복 차림의 미성년자 여성 게스트가 등장하자 성인 남성 시청자 등이 소개팅 상대로 선점해달라는 의미의 "콜대기(ㅋㄷㄱ)"를 연발하고 있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하쿠나라이브의 한 '콜팅방'에 교복 차림의 미성년자 여성 게스트가 등장하자 성인 남성 시청자 등이 소개팅 상대로 선점해달라는 의미의 "콜대기(ㅋㄷㄱ)"를 연발하고 있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온라인 개인방송 애플리케이션(앱) ‘하쿠나라이브’가 미성년자 대상 성착취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본보 11월 17일 자) 통신사업자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디지털성범죄가 번지는데 이를 감독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하쿠나라이브에서 부적절한 방송 내용을 적발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방심위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행위가 비밀방에서 이뤄져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의 개인방송과 사업자 협력회의를 개최하는 등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개인방송 콘텐츠 감독 권한과 책임은 방심위가 갖고 있다. 법규에 따라 음란물·명예훼손·공포심 유발 정보·청소년 유해물 등 불법정보가 심사 대상이다. 적발이 될 경우 사업자에게 정보의 삭제·접속 차단·이용자 이용 정지 등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방심위에 감독을 수행할 능력이 없고 사업자의 콘텐츠 관리 책임은 턱없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온라인 개인방송 콘텐츠의 불법성을 심사하는 전담인력은 1명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에야 신설됐다. 실제 방송을 시청하며 불법행위를 탐색하는 모니터링 인력 30명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프리랜서 인력으로 하루 모니터링 시간도 1인당 2시간에 불과하다. 수십 가지가 넘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31명이 담당하는 셈이다. 2015년 기준 아프리카TV의 하루 평균 동시 방송 건수만 5,000개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감시체계다.

현행법상 사업자의 책임도 턱없이 가볍다. 방송법에 따라 콘텐츠의 공공성·공정성을 심사 받는 일반 TV방송과 달리, 개인방송 사업자는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로 분류돼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다. 일반 TV방송은 결격사유가 규정돼있고 등록취소까지 가능하지만 온라인 개인방송 사업자는 심사 규정조차 없다. △콘텐츠 등급분류 의무 △방송 보존의무 △내부 사전심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방송이 일반 TV방송 시장을 잠식하며 영역을 확대하는 점을 간과하고 규제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온라인 개인방송 사업자의 감독 사각지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2015년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2017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개인방송 사업자 19곳이 참여했는데,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데 그쳤고 하쿠나라이브 같은 신생업체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7건 발의됐고, 21대에서도 2건이 발의됐지만 전부 통과되지 않았다. 그간 사업자들은 "플랫폼의 일탈 행위를 다 잡기 어렵다"며"자율 규제를 먼저 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감독 기능 및 사업자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조소영 교수는 "방심위 심사능력의 문제점을 간과한 정부의 책임이 있다"며 “사업자에 대한 문책을 유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신생 업체가 생길 때마다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전형적으로 ‘풍선효과’가 생기는데, 관련 입법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기관·방심위·사업자 등의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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