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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도 아닌데… 바이든과 통화도 日보다 빨라야할까?

입력
2020.11.13 16:52
수정
2020.11.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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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과 통화, 스가 총리가 빨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30분 늦게 전화 통화를 한 것을 두고 나온 일부 보도의 헤드라인입니다. 일본 보다 늦었으니, 한일 외교전에서 뒤진 게 아니냐는 뜻이 담겼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는 상호 조율에 따라 편한 시간에 하는 것”이라며 “누가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이번 통화 시각인 오전 9시는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쉽게 말해 우리가 먼저 시간을 정한 뒤에 미일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통화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시간을 정한 사실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지요. 청와대 역시 ‘시간은 우리가 먼저 정했으니 한일 외교전에서 진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5월 방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바현 모바라골프클럽에서 악수하는 모습. 당시 두 정상은 2시간 30분간 함께 골프를 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두 정상의 5번째 골프 외교였다. 지바 AP =연합뉴스

지난해 5월 방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바현 모바라골프클럽에서 악수하는 모습. 당시 두 정상은 2시간 30분간 함께 골프를 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두 정상의 5번째 골프 외교였다. 지바 AP =연합뉴스


“통화 순서에 목매는 건 불필요한 승부욕이다”

오랫동안 한미, 한일관계에 깊숙이 관여해온 전ㆍ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특히 한미동맹을 중시해온 보수정권에서 고위직에 몸담았던 전직 당국자 역시 “스가와 바이든이 이미 통화를 한 시점에도 우리가 통화 시간을 못 잡았다면 곤란하지만, 같은 날 그것도 30분 차로 선후를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통 외교관 시각에서 미국을 사이에 두고 한일 정상의 통화 순서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주일대사는 “통화 순서에 상관 없이 미국 입장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더 중요한 국가라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아등바등 무리해서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보다 먼저 바이든과 통화를 한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더 끈끈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동급이 아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미국은 일본 제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현대 일본의 탄생에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인도 ·태평양 전략을 구상하는 미국 입장에서 동맹의 역사와 지정학적 가치, 경제력과 인구 규모 등을 따지면 일본이 더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을 둘러싼 모든 이슈에 외교 당국이 치열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건 ‘일본에 무조건 지면 안 된다’는 국내 여론 때문입니다. 일본 앞에만 서면 커지는 ‘필요 이상의’ 국민적 승부욕에 당국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하나부터 열까지 일본보다 무조건 앞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선 “통화 순서까지 집착하는 건 우리의 자격지심이고 콤플렉스”라며 “우리 국가적 위상도 높아진 이상 좀 더 쿨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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