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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불이 나는 전기차...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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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에는 최근 '불나(불이 나는 코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2018년부터 14대의 차량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화재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제조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분리막 손상'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는 1차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나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은 분리막 손상을 100% 화재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LG화학에 따르면 분리막을 다양한 형태로 훼손한 뒤 충·방전을 수백번 반복하는 재연 실험을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했는데, 배터리 성능 저하는 있었지만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국토부는 다시 특별 조사팀을 꾸렸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과 LG화학, 현대차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화재 재연 실험도 진행 중이다. 2년 반에 걸쳐 10대 넘는 차량에 불이 났는데 원인은 오리무중이니 소비자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길래 이런 일이 생길까. 또 배터리는 전기차에 어떻게 탑재되고, 어떤 안전 장치가 작동할까.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2차 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선택된 건 이온화 경향이 가장 높은 금속이기 때문이다. 이온화 경향은 금속이 전자(-)를 내주고 양이온(+)이 되려고 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온화 경향이 큰 금속일수록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쉽게 산화한다. 리튬과 반대로 이온화 경향이 가장 낮은 금속이 금이다. 금은 쉽게 산화되지 않는 덕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 모습이 변하지 않아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순수 리튬은 물, 공기와도 반응할 정도로 폭발 위험이 높아 배터리로 쓰기엔 위험하다. 반면 산화 금속 상태의 리튬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해 2차 전지 내에서 금속 리튬 대신 리튬을 이온 형태로 만들고 다른 금속에 섞어 이용하는 방법이 고안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음극, 양극,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리튬이 이온화한 뒤 떨어져 나온 전자는 내부 도선을 통해 전압을 발생시키고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을 오가는 원리다.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가는 과정이 충전, 양극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방전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단락(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걸 막는다. 분리막에는 리튬이온만 오갈 수 있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전기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수천배에 달하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기차에는 수백에서 수천개의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이때 셀-모듈-팩이라는 조립 단계를 거친다.
셀은 배터리의 기본 단위로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을 알루미늄 케이스에 넣어 만든다. 이 셀을 외부 충격과 열, 진동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개수만큼 묶어 틀에 넣은 조립체가 모듈이다. 배터리 모듈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비롯한 냉각 시스템과 각종 제어 장치 등을 장착해 만든 최종 단계가 팩이다. BMS는 수많은 배터리 셀의 온도, 충전 상태, 전압 등을 감시·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BMW 전기차 i3에는 배터리 셀이 96개 들어간다. 12개의 셀을 하나의 모듈로 묶고, 다시 8개의 모듈을 모은 팩이 탑재돼 있다. 현대차 코나는 조금 다른 용어를 쓰는데, 모듈을 '배터리 팩 어셈블리(BPA)', 팩을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BSA)'라고 부른다. 코나에는 57~60개의 셀이 들어간 BPA(모듈) 5개를 묶은 하나의 BSA(팩)가 탑재된다. 코나 한 대에 285~300개의 배터리 셀이 들어가는 것이다.
코나의 배터리 셀은 LG화학, BPA는 HL그린파워가 각각 만든다. HL그린파워는 모비스와 LG화학이 51 대 49의 지분 비율로 만든 합작사다. 또한 BMS는 현대차의 전장부품 자회사인 현대케피코에서 제조하고, 최종적으로 이 모든 걸 합친 BSA는 모비스가 만든다. 코나 화재 원인을 놓고 현대차를 비롯해 모비스, LG화학, 현대케피코 등 여러 회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전기차에는 큰 사고가 나거나 과열, 과충전 등 외부 충격을 받아 배터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각종 안전 장치들이 장착돼 있다. 먼저 가스배출 장치(VENT)다. 배터리 위 작은 구멍이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이상 상황이 되면 열린다. 교통사고가 나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고 단락이 발생하면 내부에서 열이 나면서 생기는 가스를 설계된 방향에 따라 구멍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과충전 방지장치(OSD)는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 내·외부의 회로를 격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화벽과 같다. 단락 차단 장치(FUSE)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꺼비집이라 생각하면 쉽다. 특정 전류가 흐르면 회로를 끊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밖에 삼성SDI는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다른 셀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신개념 열 확산 차단재를 부착하고 있다. LG화학은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삼중, 사중의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팽창,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의 위험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단점을 원천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는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말 그대로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한다.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안전성과 관련한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물질을 채울 수 있다. 안전성을 확보하고 배터리 밀도까지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그러나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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