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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통 잃었다' 망연자실 친문... 與 대선구도 꼬인다

입력
2020.11.06 19:30
수정
2020.11.08 1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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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으며 대권 플랜이 '일시 멈춤' 하게됐다. 김 지사를 ‘친문 간판 대선주자’로 옹립하려던 친문계의 대선 시나리오도 흐트러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체제가 일단 유지되겠으나, 친문 진영이 '제3 후보'를 김 지사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힘을 실어줄 것인지가 변수다.

여권 대선 주자 결정권은 세력 크기와 결집력이 압도적인 친문계가 사실상 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계승과 퇴임 후 안전'을 1순위로 꼽는 친문계는 이 대표와 이 지사를 100% 신뢰하진 않고 있다.

‘친문 적통’ 잃어… 망연자실한 친문

'업무방해죄 위반, 2년 징역형'이라는 항소심 선고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고 차기 대선 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김 지사가 '살아 있는 카드'이지만, 유죄 족쇄 때문에 광폭 행보를 하긴 어렵다.

김 지사가 혐의를 벗고 생환할 것을 잔뜩 기대한 친문 진영은 허탈해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친노ㆍ친문 적통이다. 경남 고성 출신인 김 지사의 파괴력으로 부산 등 영남권을 공략해 대선 구도를 재편한다는 게 친문계의 구상이었다.

현재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1967년생, 경남 고성 출신, 참신한 이미지 등의 요소가 세를 끌어 모을 것으로 친문계는 기대했다. 이달 22일 출범하는 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가칭)이 김 지사를 지원 그룹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낙연ㆍ이재명 빅2 체제 당분간 유지

김 지사 발이 묶이면서, 이 대표ㆍ이 지사가 '빅2' 지위를 지키게 됐다. 친문 표심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계승'을 공언한 이 대표에 체류해 있다. 독자적 대선주자가 없는 친문계는 지난 8월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며 전략적 연대를 맺었다. 다만 '우리 후보'로 인정 받진 못했다. 이 지사도 지난 4월 총선 이후 친문 인사 영입을 시도하는 등 친문 구애에 공을 들였다. 다만 이 지사와 친문 지지층은 2017년 대선 경선에서 거칠게 충돌한 ‘앙금’을 풀어야 한다. 이에 친문 진영은 당분간 '관망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지지율) 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 포인트)에서 이 지사는 20%, 이 대표는 17%를 기록했다. 모름ㆍ무응답은 46%나 됐고,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28%가 의견을 유보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 후보 등판 가능성도...'다 나와라'

친문 진영이 '제3 후보'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친노ㆍ친문 진영과 오랫동안 연합 관계를 유지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등판설이 힘을 얻고 있다. 정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워 '범친노'로 꼽혔고,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보단 친문이 선호하는 주자로 알려져 있다. 원조 친노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친문 멤버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도 친문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연말을 기점으로 잠재 후보들이 모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며 "친문 진영이 대선 판을 한껏 키운 뒤, 살아남아 경쟁력을 입증한 주자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선택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지용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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