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BMW에 환경미화원 참변… "엄벌 안하면 피해자 또 생겨"

입력
2020.11.06 17:20
수정
2020.11.06 18:02

사고 차량 30대 여성운전자 면허취소 수준
브레이크 밟은 흔적도 안 보여
"윤창호법은 허울뿐… 음주운전 강력 처벌해야"


6일 새벽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환경미화원의 빈소. 소속 지자체장 등의 근조기만 쓸쓸히 내걸려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6일 새벽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환경미화원의 빈소. 소속 지자체장 등의 근조기만 쓸쓸히 내걸려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도로교통법, 특가법)’ 시행이 2년이 다 돼 가지만,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대구에선 한밤중에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나선 40대 환경미화원 가장이 또다시 음주운전 차량에 희생됐다. 유족과 동료들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만이 예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어린 두 자녀는 전날 밤 “잘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아빠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빈소를 지켰다. 오열하는 유족들도 한 집안의 가장을 앗아간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43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 인근 왕복 10차로의 동대구로에서 BMW차량이 수성구 소속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차량 뒤 외부 발판에 서서 가던 A씨는 승용차와 청소차 사이에 끼어 크게 다쳤고, 경북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하나둘 빈소를 찾은 A(49)씨 동료들은 허울뿐인 법에 울분을 토했다. 40대의 동료 환경미화원은 “어두운 새벽에 움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그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이렇게 술에 취한 차에 치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주단속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강력한 단속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 다른 한 미화원은 “음주운전 사고 처벌이 너무 약하다. 강력한 단속과 엄한 처벌만이 음주운전을 줄일 수 있다”며 “최하 징역 10년은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운전자를 입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음주운전 등) 등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A씨가 소속한 대구 수성구도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산재처리를 신청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수성못에서 동대구역 방향 편도 5차로 중 5차로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위해 속도를 줄인 청소차를 BMW승용차가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는 스키드마크를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가던 청소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MW 차량 운전자가 면허취소(혈중알콜농도 0.08이상) 수준으로 취한 상태로 차를 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MW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등 3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신속한 쓰레기 수거를 위해 많은 미화원들이 외부 발판에 서서 일을 본다. 1997년 환경미화원을 시작한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무를 했다.

대구=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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