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트럼프 투표 용지 버렸다"... 투표 당일도 '가짜뉴스' 기승

트럼프 지지층 '표 도난 막아라'? 뉴스 공유
'집에 머물러라' 협박 전화... FBI 수사 착수
유명인들이 부추겨... "선거 불신 조장 우려"

미국 대선 투표 당일인 3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선 투표 당일인 3일(현지시간)에도 온라인은 ‘가짜뉴스’로 도배돼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투표 용지가 버려졌다’ ‘투표소가 닫혔다’는 식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급격히 확산한 것이다.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대선 과정 전반에 대한 미국민의 불신을 키워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을까 선거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는 각종 거짓 정보가 퍼져나갔다. 이리카운티 투표소에서 근무한다고 주장한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100여장의 투표용지가 폐기됐다. 펜실베이니아는 파란색(민주당 상징)으로 변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이 확산하자 칼 앤더슨 이리카운티 선거관리위원장은 직접 “게시자는 이리카운티 등록 유권자도 아니고 주민도 아니며, 선거관리 업무와는 더더욱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현지 경찰은 가짜뉴스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가짜뉴스는 멈추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의 한 투표소가 출입을 거부했다거나 트럼프 승리 시 불안을 막으려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는 등의 정보가 온라인에서 끊임 없이 나돌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표 도난을 막아라(#StopTheSteal)’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 보수 매체는 필라델피아 투표소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간판을 설치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오보를 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 대선 투표 당일인 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투표소 직원이 트럼프 투표 용지를 버렸다는 허위 게시물이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트위터 캡처

유선을 통한 선거 방해 움직임도 있었다. 투표 당일 불특정 다수의 미국인에게 “안전하게 집에 머물라”는 전화가 걸려와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올 초부터 간간이 돌던 전화지만, 투표 당일날 횟수가 급증했다. 전화 내용에 선거나 투표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으나 투표 참여를 위협하는 분위기를 조장해 문제가 됐다. 스팸 전화 방지업체 로보킬러 측은 최소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해당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우파 성향의 인플루언서(유명인)들이 투표소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까지도 부정행위로 부풀려 영상과 사진으로 전하면서 가짜뉴스 확산이 힘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선거 전문가를 인용해 “선거 관리자나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 등에 의해 해당 게시글이 정정되더라도 사람들의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