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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26%만 참여한 투표로 ‘문재인 당헌’ 폐기...정당성 있나

입력
2020.11.02 17:00
수정
2020.11.02 18: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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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일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성공을 기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성공을 기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정당의 헌법 격인 당헌을 개정,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확정했다. 정치 개혁을 다짐하며 당헌에 새긴 ‘보궐선거 원인 제공 시 무공천 약속'을 5년 만에 파기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전(全) 당원 투표’에서 가결됐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통과의례 식의 투표로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간 전체 권리 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이 참여한 투표에서 86.64%가 당헌 개정 및 보궐선거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꼼수 창당' 논란을 부른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물은 투표(투표율 30%, 찬성률 74.1%), 5월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결정 투표(투표율 22.5%, 찬성률 84.1%)보다 찬성률이 높았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공천으로 시민 선택을 받는 게 책임 정치에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국민 앞에 약속하며 도입한 ‘무공천 원칙’ 당헌은 5년 만에 공염불이 됐다. 현행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공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민주당은 여기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하는 당헌 개정을 3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때문에 실시되는 내년 보궐선거뿐 아니라, 앞으로 유사 사례 때도 계속 공천할 길을 열어 둔 것이다. 약속의 형해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시장, 오 전 시장 의혹의) 피해 여성께 거듭 사과를 드린다”며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서울과 부산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저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며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당 지도부가 속전속결로 투표를 진행하는 바람에 당원의 26%만 참여한 투표 결과가 유효한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투표율이 당헌상 전 당원 투표 성립 조건인 3분의 1(약 33%)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투표가 '여론 조사 성격의 의견 수렴용'이라 문제 없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정식 의결 절차가 아니라 의지를 묻는 투표였다"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 신청(12월 8일)을 앞두고 본격적 선거 준비를 조만간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야권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가지고 뒤집는 것이 온당하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보궐선거 비용 838억원 전액을 민주당에서 내야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박원순, 오거돈 두 사람의 성범죄에 대해 광화문광장에서 석고대죄하라”고 날을 세웠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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