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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보다 노동을 위한 노동개혁

입력
2020.11.01 18:00
26면

편집자주

학계와 정계를 넘나들며 이론과 실물경제를 두루 경험한 필자가 경제와 금융 분야 현안을 깊이있게 짚어드립니다.


정규·비정규 노동시장 기울어진 운동장
양극화한 임금수준 해결 없인 해결 불가
일한 만큼 적절한 보상 노동법 개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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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본이 부족한 상황하의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주요 이해관계자의 하나인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2,000만명에 이르는 근로자 전체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직화된 양대 노총이 전체 근로자의 권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친노동과 친노조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지나친 임금 차등,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와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 권익 사이에 너무 큰 간극이 벌어져 있다. 이 간극이 좁혀져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져야 노동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이룰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노동 개혁이 논의되어야 한다.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100이라 한다면, 비정규직 임금은 60, 중소기업 정규직은 49, 비정규직은 36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왜곡된 임금구조를 그대로 두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화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다. 사용자의 지급 여력이 보강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질 위험이 크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1인 기업이 일반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좋은 직장, 비정규직은 좋지 않은 직장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경기가 좋으면 시설도 늘리고 고용도 확대한다. 반면 불황이 예상되면 시설도 축소하고 인력도 줄여야 살아남는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고용도 안정이 되고 보상도 잘 받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이다.

이 상반된 입장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노동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분석이 잘 되어 있다는 가정에서 동일한 일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할 때 누구의 보상이 높아야 할까. 정규직은 안정성이 높은 반면 보상 수준이 낮아야 하고 비정규직은 직장이 불안한 대신 임금 수준이 높아야 한다. 이를 동일노동 공정임금이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취업자가 선택하게 되고 이것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일자리이다. 일자리가 유지되려면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 구조조정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용 감축이다. 고용 감축만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업도 살고 일자리도 유지되려면 앞으로는 임금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으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조건을 전제로 1953년에 제정된 노동법은 노동시간과 장소, 노동방식이 완전히 변화된 현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하다. 노동 개혁이 쉬운 해고만을 의미한다는 프레임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유지되는 방향, 일한 만큼 적정하게 보상받는 체계로 노동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이해만 극대화하려다가 모두를 다 잃게 된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반면교사로 삼아 2,000만 전체 근로자의 권익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미법상 체계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여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노동계가 추천하는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ㆍ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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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서강대 명예교수ㆍ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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