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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번 갈채 보낸 민주당, 국민의힘은 "미사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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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면서 “방역과 경제의 동반성공” 등을 다짐했다. ‘경제 반등을 위한 총력전’을 향한 각오가 한껏 담긴 연설이었다. 취임 이후 4번째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을 향해 여당은 박수와 갈채로 화답했지만, 야권은 “미사여구만 가득했다”는 혹평으로 응수했다. 연설을 앞두고는 청와대 경호처가 사전환담을 위해 국회의장실에 진입하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수색했다가, 해명에 진땀을 빼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날 연설의 막전막후와 향후 여파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보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네번째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이번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어떤 부분을 강조했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 연설 대부분을 먹고 사는 문제, 경제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내년이면 문재인 정부도 집권 마지막 해에 접어듭니다.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 성과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커 보입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면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측면이 있죠. 경제적 성공이 뒷받침 된다면 정권 재창출도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야반도주= 맞아요. 무엇보다 '경제 반등을 위한 총력전'이 강조됐죠. 연설은 대부분 경제 이슈에 할애됐는데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경제’로 43번이나 나왔을 정도니까요. 다만 ‘위기’라는 단어를 28번 쓰면서 현 상황 인식이 어떤지도 보여줬습니다.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을 안정 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된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돌아봐= 문 대통령 시정연설을 듣는 여야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렸죠.
정릉막걸리(막걸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37분간 시정연설에서 총 26차례나 박수를 치며 적극 화답했죠. 특히 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그린뉴딜’을 강조한 대목에선 10여초 동안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문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도 갈렸어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금 당면한 문제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제대로 짚었다”고 호평했죠.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연설이었다”며 “경제ㆍ부동산 등 현실 인식이 너무 차이가 있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혹평했습니다. 국민의당 역시 “자화자찬의 표본적 사례이자, 진정성 제로(0) 연설”이라고 지적했고, 정의당도 “소외되고 낙오된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싸늘하게 반응했죠.
야반도주=국민의힘은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 문구가 적힌 손팻말도 들고나왔고,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연설을 들었어요. 문 대통령이 '협치', '공무원 피살 사건', '공수처'를 언급할 때는 야유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냈어요.
소통관 펀쿨섹좌(펀쿨섹좌)= 사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열리는 날 아침이 돼서야 참석 여부를 결정했어요. '여권의 방탄국감' '라임·옵티머스 특검 요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두고 정국이 크게 경색됐던지라 야당에서는 '시정연설 불참' 이야기까지 흘러나왔죠. 결국 본회의 직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본회의에는 참석하는 걸로 마무리지었지만, 시정연설 전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대통령과 5부요인, 여야대표 등의 사전간담회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항의의 뜻으로 불참하기도 했어요.
돌아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몸수색부터 논란이 됐는데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연설 시작 전에 국회의장실 접견실에서 사전 환담을 하려던 상황에서 빚어진 사고였죠. 주요 인사들이 이미 입장한 뒤에, 뒤늦게 접견실에 입장하려던 주 원내대표를 향해 청와대 경호실 이름과 신분, 소지품 등을 물은 뒤, 스캐너를 사용해 신체 검색을 했던 것이에요. 통상 당 대표나 그와 함께 입장하는 분들은 신체 검색에서 ‘열외’하는 예우 대상인 만큼 주 원내대표는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발길을 돌리고 만거죠.
야반도주= 안 그래도 정부 여당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상태다 보니 폭발했던 측면도 있어요. 적절성 여부만 놓고 보면, 청와대 경호처의 유연성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어요.
펀쿨섹좌=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경호처는 '규정대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경호처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국회 행사의 경우 5부요인과 정당대표까지 검색면제대상이라고 해요. 엄밀히 말하면 '정당 원내대표'는 면제 대상이 하기 때문에 몸수색을 하는 게 규정이라는 의미죠. 간담회 시각에 맞춰 도착한 김 원내대표와 달리, 주 원내대표는 뒤늦게 홀로 도착했기 때문에 몸수색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에요.
막걸리= 지난 7월 ‘국회 신발투척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고 국회 본관을 나오던 문 대통령을 향해 보수 성향의 50대 남성이 “북한 인권 무시”라고 외치며 신고 있던 검은색 구두 한 짝을 벗어 던진 사건이죠. 문 대통령이 신발에 맞지는 않았지만, 일반인이 국회 경내에서 대통령에 접근해 위협을 가한 일이 벌어지며 ‘경호 부실’ 논란이 불거졌죠. 실제 청와대는 현장 경호를 책임진 경호부장을 대기 발령 조치한 뒤 비현장 업무 부서로 전보하는 등 담당 요원들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야당 원내대표 몸수색’ 논란에 대해 신발 투척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대통령 경호처가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로 경호를 수행하다 논란을 빚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당나귀= 앞선 정부와 달리 ‘열린 경호’로 경호 기조를 바꾼 이후 작은 소란이 일곤 하는 듯합니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도 국회 시정연설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과 청와대 경호처가 충돌한 적도 있습니다. 국회 본청까지 진입한 경호지원 버스를 발로 차며 빼라고 한 것인데요.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당시 소동의 당사자입니다.
돌아봐= 야당은 협치에 대한 문 대통령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야반도주=야당의 논리는 우리말을 안들어준다는 거죠. '우린 공수처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여당이 밀어붙인다'는 거죠.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협치할 생각 많은데 야당이 따르지 않는다'는 프로파간다로 여겨진다"고 반응했죠.
당나귀=협치 문제와 관련해서 청와대는 할말은 많지만 아끼겠다는 분위깁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나 원내대표단을 여러 차례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고, 여야정 협의체 정례화도 거듭 요청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번 시정연설을 앞두고도 문 대통령과 정당 대표 환담 자리에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돌아봐= 문 대통령 입장 시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도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서요.
막걸리= 정의당은 지난달 7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시정연설 당일에는 류 의원 차례였어요. 류 의원은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가 입던 옷과 헬멧을 착용하고 시위를 하고 있다가,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을 향해 “김용균 노동자를 기억하십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류 의원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고개를 끄덕였죠. 사실 류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미리 준비했다고 하네요. 지난해 신년사에서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을 향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공개 메시지를 던진 셈이죠.
돌아봐= 시정연설로 이제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본격화할 것 같은데 21대 국회 첫 예산안 처리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요.
둔치 피톤치드=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냉랭하게 반응했던 국민의힘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빚더미 슈퍼팽창 예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예산안 555조8,000억원 중 최소 15조원 이상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는 지적이에요. 여당에서는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요. 당장 다음달 2일부터 예산안 예비심사에 들어가는데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만큼 이번 예산안 처리도 수월할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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